촌장 그리언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입을 열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드낙의 눈을 보고 싶었다. “정말로 기사님이 저희 마을을 지배하고 싶다면, 이 토지에 대해서 진정으로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 세우고 싶으시다면 대산(**)의 야수, 산골군(***)을 토벌해 주십시오.” 촌장 그리언은 이어서 한마디를 툭 하고 내뱉었다.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더욱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곳에 기사가 오는 것도 현실인지 꿈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말은 잘하는군.’ “흐하하.” 드낙이 헛웃음을 지었다. 기세를 피어 올리지 않았던 드낙은 괘씸한 생각도 들었지만 게제라스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모든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드낙의 웃음소리를 들은 자들은 기세가 담겨있지 않아서 그러려니 넘겼지만 촌장 그리언은 달랐다. 그는 40년을 넘게 산을 오고 가며 수많은 야수들을 봐왔던 약초꾼이었다. ‘여유로움이 마치 범(*)과 같구나.’ 또한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펄쩍 뛰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드낙의 입장에서는 괘씸한 놈들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전혀 화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기사의 무력을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데에는 책이 필요했지만 그 덕에 지식의 전수가 촌장을 통해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혹여나 촌장이 급사해도 글은 남아있었다. “그것은 나중으로 하고, 혹시 이 주변에 마을을 이룰 만한 곳이 있는가?” “…마땅한 곳은 없습니다. 석지의 돌을 뽑아내고 마을을 새로 짓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멀리 있는 게 좋을 성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