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3043 Words
지유를 권우진과 함께 차에 두고 오는 것은 내 첫 번째 선택이 아니었지만, 가져와야 할 것들이 많고 시간이 너무 적었다. 기저귀 가방은 한계가 있었지만, 떠나기 전에 최대한 많이 넣어두었다. 이제 그녀의 필수품을 조금 더 가져와야 한다. 김성호가 곧 내 계좌를 동결시킬 것이고, 나는 돈과 완전히 단절될 것이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에 핸드폰을 버렸기 때문에 앱을 확인할 수도 없다. 나는 통로를 빠르게 지나가며 휴대용 침대, 기저귀와 물티슈 두 상자, 다양한 종류의 파우치 형태의 이유식, 그리고 몇 캔의 분유를 집어든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계산대로 향한다. 김성호 덕분에 필요한 것을 잡고 빠져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카드를 리더기에 대며 작동하기를 기도했다. 결제가 거부된다.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젠장. 그는 이미 계좌를 동결시켰다. 공포가 엄습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손님, 돈이 있으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물건을 보관해 드릴 수 있어요." 계산원이 공손하게 말하며, 그녀의 눈에는 동정과 조급함이 섞여 있다. 내 뒤로 줄이 서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아, 아니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저는 다른-" "제가 낼게요." 깊은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울렸다. 나는 심장이 멎을 듯 놀라며 뒤돌아봤다. 권우진이 지유를 안고 서 있다. 내 7kg짜리 아기를 거대한, 무서운 바이커 복장을 한 남자가 안고 있는 모습은 거의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너... 너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공포에 질려 그에게 속삭였다. 그의 턱은 긴장되어 있지만, 눈은 여전히 차분하다. "얘가 나한테 오줌을 쌌어, 뭐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나는 그가 차에서 그녀를 꺼내 안고 들어온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데려가."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를 나에게 건넨다. 그는 카드를 리더기에 대고, 계산원은 미소를 지으며 볼이 붉어진다. "남편 분이 구해주러 오셨군요." 그녀가 당황한 웃음을 지으며 킹과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남자가 나와 함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는 게 틀림없다. 그녀의 추측에 당황한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그는..." 그녀의 말을 정정하려고 하지만, 킹의 재미있어하는 미소에 말을 멈춘다. 눈을 굴리며 다시 계산원을 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지유의 옷이 젖어 있었다. 급박한 상황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권우진에게 화장실에서 그녀를 갈아입히고 차에서 만나겠다고 했다. 그의 대답은 나를 충격에 빠뜨린다. "너 혼자는 안 돼, 야옹아. 가서 그녀를 갈아입혀. 나는 여기서 카트를 지킬테니까." 권우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톤은 논쟁을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권우진이 죽고 실제로 괜찮은 인간으로 대체된 건가? 나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김성호는 나와 함께 가게에 들어간 적이 없다. 나는 항상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했다. 임신, 출산 후, 그리고 그녀를 키우는 것까지.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아버지의 사업을 운영하고 나를 통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고마워." 나는 권우진의 예상치 못한 친절함을 아직도 어색해하며 중얼거렸다. "오빠 셔츠는?" 나는 그의 가죽 재킷 아래에 숨겨진 선명하게 젖은 자국을 가리켰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거의 다 왔어." 화장실로 향하면서, 나는 그의 의도를 해석하려고 권우진과의 모든 상호작용을 분석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정말로 3년 만에 그렇게 많이 변했을까? 지유가 그에게 오줌을 쌌을 때조차도 내가 예상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의심스럽고, 불안하며, 이 모든 것이 가면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는 언젠가 '농담이야'라고 말하고 다시 거대한 나쁜 놈으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차태경이 우리를 데리러 올 때까지 나와 지유를 안전하게 지켜준다면, 나는 그가 던지는 어떤 것도 감당할 수 있다. 결국, 나는 고등학교 때 차태경과 그의 멍청한 친구들을 견뎌냈다. 이번에도 견뎌낼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와보니, 권우진이 벽에 기대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거기서 문제 없었어?" 그가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나를 놀린다. 나는 이상한 느낌이 싹트기 전에 떨쳐내려고 했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악어처럼 그녀와 씨름해야 했지만, 기저귀 교환대의 작은 끈이 조금 도움이 됐어." 우리는 나란히 가게를 나서고, 나는 킹을 계속 쳐다본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그 엉망진창인 머릿속에서 무슨 계획이 있는 걸까? 지유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권우진이 내 구매품을 트럭 뒤에 싣는 것을 지켜봤다. 이 상황은 이상하게도... 가정적이다. 오토바이 조직의 거대하고, 정신 나간, 위험한 남자와 함께 마트에 가다니. 그가 운전석에 다시 올라타자, 트럭은 조용히 시동이 걸리고, 우리는 그의 집을 향해 출발했다. 도착지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밀려온다. 나는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알지만, 그의 집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여기서 네 뇌가 웅웅거리는 게 느껴져. 걱정 마, 언제든지 떠날 수 있으니까. 널 인질로 잡을 생각은 없어." 그가 말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그게 걱정되는 게 아니야." 나는 거짓말하며 팔짱을 낀다. 그가 나를 읽는 것처럼 행동하는 걸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그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차태경의 여동생이고 그의 배짱이 싫다는 것 외에는. 그는 짜증나게도 "음음"하며 대답하고, 여전히 도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우리가 진입로에 들어서자, 그는 내가 안에 들어가 있으면 모든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뒷좌석에서 지유의 카시트를 꺼내 그녀를 안고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나는 그가 처음 지유를 봤을 때의 혐오감을 떠올리며 그를 따라간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녀를 안고 있다. 그래,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내 입이 벌어졌다. 그의 집은 놀라웠다. 이상적인 독신남의 집 같았다. 2층 구조에, 깨끗한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와 공간에 따뜻하고 초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늘 밤 아기를 위한 대대적인 안전 조치를 해야 할까 걱정했지만, 몇 개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소파 외에는, 거대한 평면 TV와 비싼 예술품들이 벽에 걸려 있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의 가정부들은 엄청난 일을 하는 게 틀림없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래도 지유가 어지럽히면 바로 치워야겠다. 이곳은 그의 공간이고, 그는 어떤 이유로 우리에게 머물 수 있도록 호의를 베풀고 있다. 나는 그가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내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저기, 차태경이 우리를 데리러 올 때까지 우리가 여기 머무는 게 확실해?" 나는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그의 작은 궁전을 둘러본다. 그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하며 어깨 너머로 나를 본다. "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잖아? 그가 인수할 때까지 네가 안전한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내가 어떤 남자겠어?" 내가 같이 자란 그 개자식이랑 똑같은 놈. 나는 대답하고 싶지만, 입을 다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위층으로 사라진다. 그가 샤워를 하고 있다고 추측하며, 나는 지유의 담요를 펼치고 그녀를 그 위에 눕힌 후, 닭고기와 완두콩, 당근이 들어간 파우치를 줬다. 그것이 얼마나 역겹게 들리든, 그녀는 그것을 행복하게 빨아들이며, 누군가가 그것을 훔칠 것처럼 작은 손으로 파우치를 꽉 쥐었다. 그녀가 먹는 동안, 나는 휴대용 침대를 조립했다. 이곳은 새로운, 낯선 환경이지만, 그녀가 평소처럼 먹은 후 잠들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영원히 차태경과 함께 살 수 없다. 김성호가 결국 우리를 찾아내고,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주리를 나에게서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안전하지 않다. 나는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거기서 꺼내주겠다고 했잖아.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야 해." 사실상 그녀보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지금 내 최우선 과제는 지유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아무도 다시는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새 출발을 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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