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워닝] 성적 강요
지유가 잠들고 나서, 나는 그녀를 권우진의 사무실로 옮긴 새 아기 침대에 눕혔다. 그곳은 평화롭고 조용해서, 혹시 그레이가 한밤중에 전화하더라도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나는 당분간 잠들지 못할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다.
권우진이 마침내 위층에서 거실로 내려왔다. 그는 근육질 몸에 너무 꽉 끼는 검은색 티셔츠와 헐렁한 회색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는 나무 바닥을 거의 소리 없이 걸어 주방으로 향했다. 나는 찬장이 열리고 유리잔이 부딪히는 부드러운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 그는 어두운 호박색 액체가 담긴 두 개의 잔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권우진이 말없이 나에게 잔 하나를 건넬 때, 그의 손가락이 잠시 내 손가락을 스쳤다. 나는 잔을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위스키였다. 오랜만에 술을 마셔보는데, 오늘 일어난 일 이후로는 꼭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따끔거렸지만, 그 따끔거림이 반가웠다.
권우진은 그의 잔으로 천천히 한 모금 마시며, 그의 강렬한 호박색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말해봐, 야옹아."
그가 낮고 탐색하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왜 네 카드가 거절됐지? 나는 너를 알아.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잔고를 오십 번은 확인하는 타입이잖아. 그리고 잊지 않았지. 네 남편은 부유한 부모를 둔 변호사야. 벌써 월별 용돈을 다 썼다는 말을 하려는 거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그 소리는 조용한 방 안에서 어색하게 들렸다
"응, 아기를 가졌더니 변했나 봐. 엄마가 되니까 그런가. 내 생각엔 카드가 그냥 잠겼던 것 같아."
그는 약간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살피듯 눈을 좁혔다.
"그럼 네 전화기는 어디 있었지? 쉽게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을 텐데?"
"차에 두고 왔어."
나는 빠르게 대답했지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만약 네가 돈을 갚는 문제라면, 내가-"
그는 으르렁거렸고, 그 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너도 알다시피 돈 문제가 아니야. 나는 거짓말쟁이를 싫어해, 야옹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어. 그냥 네 예쁜 입에서 듣고 싶을 뿐이야."
그는 허세를 부리고 있어.
나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또 한 모금 마시며, 만족스러운 대답을 기다리며 끈질기게 나를 바라봤다.
"좋아, 아마도 내가 실수로 차에 두고 왔을 거야. 네가 다시 가지러 가게 하고 싶지 않았어."
"오, 그건 쉽게 해결할 수 있어. 지유를 차에 태우고, 가서 가져오자."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목소리를 차분하고 안정되게 유지하려고 애쓰며 주장했다.
그는 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전화기가 필요 없다는 거야?"
"내 말은, 오늘 밤은 아니야. 그냥 다른 날 가서 가져오면 돼."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턱을 쓰다듬으며 계속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나는 움찔했지만, 그는 내 턱을 단단히 잡고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뭘 하는 거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고, 그의 호박색 눈동자에는 격렬한 혼란이 반사됐다.
"그 자식이 네게 남긴 자국을 보고 정확히 어디를 찌를지 알아두려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두려움을 분노로 대체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는 내 셔츠의 칼라를 잡고, 맨손으로 찢어버렸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권우진-"
"내가 생각한 대로군."
그가 으르렁거렸다.
나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며칠 전 김성호가 나에게 폭력을 가했을 때 생긴 푸른색, 보라색 멍자국들이 이제 막 아물기 시작했다. 피부는 얼룩지고 민감하며, 각 자국은 내 남편이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차태경에게 말하지 마."
나는 속삭이며 간청했다.
그의 얼굴에 천천히 사악한 미소가 퍼졌다.
"내 입을 다물게 하려면 어디까지 할 건데?"
"뭘 원해?"
나는 목소리를 안정되게 유지하려 애쓰며 물었다.
"너랑 자고 싶어."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소리는 공허하고 긴장감이 가득했다.
"농담이지?"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치명적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여?"
내 얼굴이 굳어졌다.
"너, 너 진심이야? 너 정말로 섹스로 날 협박하려는 거야?"
그는 마치 그것을 고민하는 듯 콧노래를 불렀다.
"그래, 그런 것 같아."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이게 그의 계획이었나?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나를 그의 집으로 데려와서 그저 그의 더러운 욕망을 채우려는 것이었나?
알고 있었다. 그가 진심으로 나를 돕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걸.
"넌 괴물이야."
나는 분노와 배신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미소는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 할래, 야옹아? 네가 직접 내 소파 위로 몸을 구부릴래, 아니면 내가 그렇게 해주길 원해?"
그가 차태경과 접촉하는 순간, 내가 설명할 기회도 없이 모든 것을 말해버릴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차태경은 성급하고 과보호적인 오빠로서 생각 없이 그를 찾아갈 것이고, 평생 감옥에 갇힐 것이다. 내가 권우진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그와 자야 한다면, 지유와 안전하게 도망칠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게 나를 창녀로 만들고, 부정한 여자로 만들더라도. 권우진이 내 계획을 망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다.
나는 일어나서 레깅스와 팬티를 내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좋아. 나랑 자. 하지만 즐기지는 않을 거야."
나는 소파의 팔걸이에 몸을 구부리며 말했다.
"사실, 이 일이 끝나면 지유와 나는 떠날 거야. 어디로든 히치하이킹을 해서라도, 다시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진심이 아니다. 갈 곳도 없고, 주리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너무 화가 난다. 그의 눈알을 포크로 찌르고 싶다.
"젠장, 화난 작은 고양이이라니 너무 귀엽다."
그는 숨을 뱉으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내 허리를 손으로 단단히 손으로 잡았다. 그의 운동복 바지가 조용히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 입구에 대고서 천천히 그의 성기를 위아래로 문지르며, 내 애액으로 그의 것을 적셨다.
미친. 이게 정말 현실인가?
"너는 날 바람피우게 만들고 있어."
나는 화가 난 듯 지적했지만, 거의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김성호가 나를 무력하게 만든 방식과는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싫진 않았다.
"걱정 마, 그는 죽어버려서 알아차리지 못할 테니까."
권우진의 목소리에 사디스틱한 즐거움이 묻어났다. 그의 목소리에 바보 같은 미소가 들린다.
"너를 싫어해."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를 싫어해~"
그는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조롱했다.
"네 속에 이걸 넣고 날 싫어해줘."
그리고 그는 나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