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권우진의 집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가 부탁한 새 휴대폰을 재킷 주머니에 넣은 채 집으로 들어섰다. 권우진이 나를 부르는 일은 드문 일이기에,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무지함이 행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고, 방해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비밀 금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그들의 어두운 비밀을 털어놓는다. "내가 정말 좋은 청취자"라며. 하지만 사실 나는 대답할 만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기억력은 짜증날 정도로 뛰어나서 항상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나중을 위해 파일링한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차윤아가 큰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흥미롭군. 그렇다면 그녀와 김성호가 아이를 가졌다는 건가. 그런데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그녀가 항상 가장 싫어한다고 주장했던 남자의 집에서? 그녀는 편안한 옷차림에 맨발. 꼭 밤을 보낸 듯한 모습으로. 이제 호기심이 생긴다. "안녕, 윤아야." 나는 그녀에게 인사한다. 고등학교 시절 그녀에게 큰 관심이 있었지만, 그녀가 결혼하기 전에 내 감정을 전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로 그녀를 다시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차태경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권우진이나 이주호가 그녀를 차지할 것이라고 항상 생각했다. "안녕." 차윤아는 피곤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녀는 너무 많은 전투를 치른 전사처럼 들리며, 이제는 검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