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끝 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하루

3333 Words
"엄마!!" 데이턴이 부엌으로 달려 들어오며 내 휴대폰을 마치 원시인이 곤봉을 휘두르듯 흔들어댔다. "엄마, 전화 왔어요!" "누구니?" 데이턴은 잠시 휴대폰을 보더니 다시 나를 쳐다봤다. "애비 이모예요." "아, 고마워, 얘야." 아들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들며 말했다. "나도 이모랑 통화할래요, 엄마?" 테디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너희 셋 다 가서 씻고 자야지." "하지만 엄마..." 아이들이 모두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들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는 특유의 눈빛을 보냈다. 무서운 눈빛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 엄마 말에 토 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정이었다. "로건, 너도." "알았어요, 엄마." 로건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책을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 저 아이는 항상 책, 노트북, 아니면 태블릿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니까.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 내 홍보 담당자이자 친한 친구인 애비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5년 전 그녀의 에이전시와 계약한 이후로 줄곧 알고 지낸 그녀는 정말 멋진 여성이었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모두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가 우리 삶에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안녕, 레이스." "안녕, 앱스. 잘 지내?" "모든 게 아주 잘 돼가, 자기야. 특히 오늘 알게 된 일 이후로는 더더욱."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앱스?" 애비와 통화하면서 부엌을 정리하며 물었다. "음, 내가 가장 아끼는 고객인 올리비아 제임스가 5년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는 걸 알게 됐지 뭐야." "정말? 올리비아 제임스 씨, 축하드려요.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네요."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고, 애비는 나에게 질색하는 소리를 냈다. "그렇게 말하는 거 너무 소름 끼쳐, 레이스." "뭘 그렇게 말해? 무슨 말이야?"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면서도 물었다. "너 스스로에 대해 3인칭으로 말하는 거 말이야. 너무 이상해." 그녀가 말했고,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말 호들갑이야. 혹시 궁금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할까 봐 얘기하자면, 올리비아 제임스는 내 필명 같은 거다. 내 중간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으로,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작품을 출판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내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내 작품이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만에 팬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양장본으로 출판하게 되면서 가명을 만들고 상표 등록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 첫 번째 책을 쓰고 출판했을 때 아이들을 임신 중이었는데, 고위험 임신이었기 때문이다. 의사가 임신 중기에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고,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내 가족이 나를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년 전에 레이시 카펜터에서 엄마의 성인 레이시 라이트로 이름을 바꿨지만,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 나는 가족이 무섭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가 가족에게서 숨고 싶었던 이유는 다시는 가족을 보고 싶지 않았고, 특히 위험한 임신 중에 오빠나 전 남편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이나 블랙 가문이 내 아이들을 보고 나와 로건의 정략결혼을 강요해서 가문의 체면과 명성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카펜터 가문과 블랙 가문은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부유한 세 가문 중 두 가문이다. 그들은 명성과 체면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자식들의 행복을 희생해서라도 그걸 지키려고 한다. 나는 그들이 나와 내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자기야, 5주년 기념으로 내가 뭘 준비했는지 알아맞혀 봐?" 애비가 노래하듯 물었고, 나는 즉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설마 또 소개팅 주선한 건 아니겠지, 앱스? 지난번에 소개해 준 남자한테서 아직도 회복 중인데." 내가 말하자 그녀는 웃었다. "그건 6개월 전 일이잖아, 레이스." "맞아, 그리고 난 아직도 회복 중이라고." 눈을 굴리며 말했다. "어쨌든, 뭘 준비했는데?" "내 베프의 기념일과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준비했지. 겸사겸사 새해맞이 파티도 할 거야." "뭐? 왜 그런 걸 준비했어, 애비?" 짜증스럽게 물었다. 내가 지금 매우 배은망덕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파티를 끔찍하게 싫어하고, 약혼 파티 이후로는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사인회나 출판 기념회에도 불안해서 참석하지 않는다. "네 성공에 자부심을 갖고 네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야 하니까, 레이스. 그건 팬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걸 의미해. 그들은 네 핫하고 짜릿한 책으로 독자들의 심장과 욕망에 불을 지른 악명 높은 올리비아 제임스를 만나고 싶어 안달이라고." 그녀가 말했고, 나는 웃었다. "게다가 과거에서 벗어나야 해, 레이스... 행복해질 자격이 있고, 과거에 숨어서는 행복해질 수 없어." 으윽!! "네 말이 맞아." "물론 내 말이 맞지." 나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아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래서 파티는 어디서 열리는데?" 애비는 싸구려를 싫어하기 때문에 런던의 어딘가 비싼 곳이라고 예상했다. 애비가 파티를 준비했다면 분명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행사일 거라고 생각했다. 애비가 말을 더듬고 대답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음, 그게... 내 말은... 올해 최고의 행사, 기억에 남을 만한 행사로 만들고 싶었거든." "그래..." 점점 더 강해지는 불안감을 느끼며 말을 늘였다. "레이스, 이 세상에 그런 파티를 열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야."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마, 애비게일 월터스. "바로 뉴욕이지, 베이비!!" 맙소사, 안 돼. "농담하는 거지, 앱스? 난 절대 뉴욕으로 돌아갈 수 없어." "에이, 레이스, 재밌을 거야." 재밌다고? 이 여자가 방금 재밌을 거라고 말한 거야? "애비게일, 내가 어디 출신인지 기억하지?" "그래, 넌 뉴욕 출신이잖아. 그리고 네 고향보다 네 성공을 과시하기에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 "난 못 해, 애비. 뉴욕으로 돌아갈 수 없어." "할 수 있어, 레이스. 넌..." 애비가 말했지만, 배경에서 누군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바람에 말이 끊겼다. "미안, 자기야. 가봐야겠어. 내일 다시 전화할게, 알았지?" "애비!" "잘 가, 레이스." "애비!!... 애비, 감히... 나한테 전화 끊지 마." 애비가 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자 나는 성질을 내면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나는 좌절감에 한숨을 쉬며 다시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잡아당겼다. 믿을 수가 없다. 원하지도 않는 파티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그 파티를 빌어먹을 뉴욕에서 열겠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엄마!!" 딸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실수로 캐비닛 위에 쌓아둔 편지 더미를 넘어뜨렸다. 나는 어질러진 것을 무시하고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딸아이 방에 가서 잠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고, 불을 끄고 유니콘 수면등을 켰다. "잘 자, 공주님." 테디의 머리에 키스하고 방을 나섰다. 그런 다음 아들들 방에 갔는데, 데이턴이 바닥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고 로건이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놀랍지 않았다. "얘들아, 왜 아직 안 자고 있니?"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었어요, 엄마." "이 장까지만 읽고 싶었어요. 인체에는 600개의 근육이 있다는 거 알아요?" "정말?" 놀란 척하며 물었다. "로건, 인체에는 78개의 장기가 있고, 지금 이 엄마 늑대는 큰아들이 머리에 있는 그 큰 장기를 쉬게 하 기를 바란다는 걸 아니?" "알았어요." 로건은 투덜거리며 책갈피를 끼우고 침대 옆 탁자에 책을 올려놓았다. "잘 자, 아가." 로건에게 키스하자 로건이 미소 지었다. "잘 자요, 엄마." 내가 돌아서자마자 데이턴은 이미 장난감을 치우고 침대에 들어가 있었다. 데이턴에게 키스하고 잘 자라고 인사한 다음 불을 끄고 수면등을 켰다. 그리고 내 침실로 가서 간단히 샤워를 했다. 보통 긴 하루를 보낸 후에는 목욕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들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와인 한 잔 마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말리고 몇 가닥으로 땋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아까 어질러 놓은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무릎을 꿇고 편지를 줍다가 오늘 아침에 받은 편지가 눈에 띄었다. 솔직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이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피곤했고, 이 편지의 내용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가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처할 에너지가 전혀 없었다. 결국,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고 미루는 것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편지를 열기로 했다. 망설이다가 봉투를 열고 고급스러운 편지지를 펼쳤는데, 놀랍게도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편지가 아니었다. 아니, 예상치 못한 다른 것이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 깨달았을 때 눈이 커졌다. 분명 농담이겠지, 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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