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4246 Words
"아멜리아 버나데스 밀러 씨?" 인사 담당자가 불렀다. "네, 부르셨어요?" 나는 손을 살짝 들며 대답했다. 뉴욕의 유명 부동산 회사 중 한 곳에서 내가 지원한 행정 비서 자리에는 나 말고도 두 명의 지원자가 더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감이 넘치고 면접에 능숙해 보이는 반면, 나는 스물네 살에 경영학과를 갓 졸업한 터라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옷은 새것인 게 분명한데, 내 옷은 가장 친한 친구 사만다에게 빌린 것으로, 확실히 낡아 보였다. 졸업한 지 거의 넉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지원한 곳 어디에서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자를 찾고 있었다. 이렇게 취업이 안 되는데 어떻게 경력을 쌓을 수 있을까? 내가 자신감이 없는 또 다른 이유는 3년 반 전에 심장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내가 고용되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면접을 본 곳에서는 모두 연락을 주겠다고만 했지만,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력서를 얼마나 많은 회사에 보냈는지 셀 수도 없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밀러 씨, 먼저 면접 보시겠어요." 온화한 인상의 인사 담당자가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일 것이다. 그녀는 면접관이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긴장 풀어요, 밀러 씨. 우리 사장님은 친절하시답니다. 페로 랜드 코퍼레이션의 인사부장님이세요." 그녀는 세 번 노크를 하고 문을 열기 전에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서른 살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잘생겼고 근육질이었다. 나에게 미소를 짓자 양쪽 뺨에 깊은 보조개가 패어 더욱 멋있어 보였다. 나는 갑자기 전 남자 친구가 생각났다. 그에게도 보조개가 있었는데, 남자를 볼 때 내 약점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앉으세요, 밀러 씨. 저는 반스 맥닐이라고 합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는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자, 그럼 면접을 시작하죠, 아멜리아 버나데스 밀러 씨." 그는 내 이력서를 보며 말했다. "애칭이 뭐죠, 아멜리아 버나데스 씨? 이름이 너무 기네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앰버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면접을 여러 번 봤지만, 항상 처음인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는 여러 번 말했다. "앰버, 행정 사무원 자리에 지원했는데, 혹시 합격한다면 이번이 첫 직장이 되는 건가요? 이력서를 보니 올해 졸업했다고 되어 있는데, 왜 늦게 졸업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학업을 중단했었나요?" 나는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물론 그의 질문에 답하려면 몇 가지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 면접을 볼 때마다 정말 싫은 부분이었다. 반스 씨는 내 이력서를 보며 내 경력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 네. 3년 반 전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3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어요. 2년 후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요." 갑자기 반스 씨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는 이력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가 더 이상 면접을 이어갈 의사가 없다고 생각해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다른 회사들처럼 내 병력 때문에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반스 씨가 나에게 미소를 지었고, 나는 안도했다. "그럼 수술을 받았었군요, 앰버?" 그가 뭔가를 말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그의 질문에 안도했다. "네, 그렇습니다." 나는 면접관과 눈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어떻게 병에 걸렸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가족 배경도요." 나는 그의 질문이 이상해서 의아했다. 구글에서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해 많이 찾아봤는데, 그의 질문은 목록에 없었다. 그래서 그가 내 가족 배경과 수술에 대해 물어볼 줄은 몰라서 놀랐다. "반스 씨, 제가 3학년 때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어요. 심장 근육이 약해지는 병이죠. 다행히 누군가가 저에게 심장을 기증해 주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 저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고, 아버지는 제가 심장 수술을 받기 1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물론 그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에게 사실대로 말할 것이다. 어쩌면 이게 취업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지도 모른다. 반스 씨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고, 분명히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제가 기어서라도 공부를 계속하기를 바라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아플 때까지 밤낮으로 일하며 제 학업을 뒷바라지하셨죠. 어디서 약을 사야 할지 몰라서 더 힘들었어요. 저는 어머니께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으니 그냥 죽게 내버려 두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는 제가 어머니의 삶이기 때문에 저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자살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과 모든 재단을 찾아다니며 제 약값과 병원비를 지원해 줄 사람을 찾으셨어요. 그래서 저에게 심장을 기증해 주신 분께 너무 감사드려요. 우리 집안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었으니까요."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반스 씨는 갑자기 나에게 휴지를 건넸다. "죄송해요." 나는 씁쓸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감정이 북받쳐서 사과했다. "계속해 봐요, 앰버. 당신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냥 계속해 봐요." "그래서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바로 학교에 복귀하지는 못했어요. 1년 정도 지나서야 몸이 좋아졌죠. 그리고 시장에 내다 팔 옷을 만드는 어머니를 도왔어요. 작년에 다시 대학에 가서 올해 졸업했어요. 그래서 여기에 합격한다면 이번이 첫 직장이 될 거예요. 몇 달 동안 다른 회사에도 지원했지만, 대부분 2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어서 저를 채용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제 병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반스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에게 긴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그가 나를 불쌍히 여겨 받아주기를 바랐다. "앰버, 지원한 자리는 경력이 필요한 자리예요." 그가 대답했고, 나는 정말 희망을 잃은 것 같았다. 아마 나는 길거리에서 옷을 파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 일도 물론 훌륭하지만, 내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어머니가 내 교육을 위해 쏟으신 노력과 수고가 아깝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할게요, 앰버." 반스 씨가 말을 이었다. "꿈이 뭐죠?" "제 꿈은 어머니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드리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월세로만 살아와서 어머니께 집과 땅을 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 사업을 해서 자립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연세가 드셨지만 바느질을 잘하시니까, 어머니께서 직접 운영하실 수 있는 작은 의류 사업도 해드리고 싶어요." 나는 미소 짓는 반스 씨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앰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오르면 최종 면접을 위해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익숙한 말을 듣고 완전히 희망을 잃었다. 나에게 전화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았던 다른 회사들과 똑같았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면접은 어떻게 됐니, 얘야?" "전화 주겠다고 하셨어요, 엄마." 나는 슬프게 말했다. "더 이상 기대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전화 안 한 다른 회사들과 똑같을 거예요. 괜찮아요. 다른 데 지원하면 되죠. 음... 다음 달에요. 일단은 엄마 옷 만드는 거 도와드릴게요." 나는 덧붙였다. "앰버, 희망을 잃지 마렴. 누가 알겠니? 이번에는 전화가 올지도 모르잖니. 전화가 안 오면 다른 회사에 지원하면 되지. 일단 밥부터 먹고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마렴." 어머니는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고, 나는 준비하는 어머니를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내년이면 노인이 되신다. 내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였고, 아버지에게는 첫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두 명의 이복 오빠가 있는데, 애초에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 겪었던 시련 때문에 어머니의 얼굴에는 고생의 흔적이 역력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나의 병은 우리에게 정말 큰 시련이었고, 우리는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다른 친척들이 우리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물론 친척들에게 항상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들도 부양할 가족이 있었고, 때로는 그들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나는 직장을 구하면 돈을 모아서 어머니께 좋은 삶을 선물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앰버, 밥 다 됐다." 어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네, 엄마. 먹어요." "혹시라도 네가 늦게 올까 봐 나도 아직 안 먹었단다. 네가 일찍 와서 다행이구나. 이제 외식하지 않아도 되니까 돈을 아낄 수 있겠어. 그 돈은 다음 면접 때 차비로 쓸 수 있겠다." "네, 엄마. 잘됐네요. 돈 아껴 쓸게요." 나는 말을 마치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계란 반찬이었지만, 고구마, 토마토, 오크라를 넣고 끓인 스튜와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사과도 있었다. 나는 아팠을 때부터 식단에서 채소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의사가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엄격하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나는 밥을 다 먹고 집안일을 도왔다. 한편 어머니는 시장에 내다 팔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부수입을 위해 세탁 일을 하셨다.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정말 어머니께 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생활비, 특히 월세를 도와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월세가 밀리는 경우가 많아서 부끄럽지만, 다행히 집주인은 우리에게 친절하다. 우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거의 5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다. 저녁에 가장 친한 친구 사만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샘." 내 목소리는 우울하게 들렸다. "여보세요, 앰버. 지원은 잘 되어 가? 합격했어?" 나는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몰라. 전화 주겠다고 했어." 나는 슬프게 말했다. "합격했으면 좋겠다, 앰버. 내가 이 학교 주인이라면 네가 졸업하기도 전에 바로 합격시켜 줄 텐데." 샘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졸업했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내가 졸업했을 때 샘은 자기 회사에 지원해 보라고 했지만, 나는 운이 좋지 않아서 불합격했다. 샘은 내가 아팠을 때도 나를 떠나지 않고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녀는 항상 내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고, 경제적으로도 나를 도와주었다. 그녀는 내 전 남자 친구와 1년 가까이 나를 따라다니다가 내가 아파서 대학교를 그만둬야 했을 때 갑자기 모습을 감춘 첫 번째 남자 친구 켄과는 달랐다. 하지만 나는 그를 비난할 수 없다. 내가 그에게 짐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샘과의 긴 통화가 끝났고, 나는 다시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는 흥분해서 전화를 받았다. "밀러 씨 되시나요?" 수화기 너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씀하세요. 누구시죠?" "페로 랜드 코퍼레이션의 엠마라고 합니다. 내일 오전 8시 정각에 페로 빌딩에서 열리는 최종 면접에 초대합니다." "아, 네, 네. 내일 시간 괜찮습니다." 나는 말을 더듬었다. 마침내 누군가 최종 면접을 보러 오라고 전화를 해서 너무 기뻤다. 솔직히 다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할 줄은 몰랐다. 나는 어머니와 샘에게 최종 면접을 보러 간다고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번에 꼭 합격해서 내 꿈을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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