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4008 Words
앰버의 시점 페로 랜드 코퍼레이션 최종 면접을 위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에 일찍 자려고 정말 노력했다. 불안한 마음에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면접에서 완전히 떨어질까 봐 너무 긴장됐다. 엄마와 아침을 먹고 샤워를 했다. 샘이 준 심플한 검은색 스커트와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얇게 파우더와 립글로스를 발랐다. 원래 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이라 진한 화장은 필요 없다. 고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나에게 추파를 던졌던 것도 아름답고 온화한 얼굴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방을 나서니 엄마가 시장에 내다 팔 옷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엄마, 가야 해요. 면접에 늦으면 안 돼요."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고 행운을 빌며 뺨에 키스를 하고 꼭 안아드렸다. "조심히 다녀와, 앰버." 엄마도 나를 안아주었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 아빠에게 정말 애교가 많았다.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애교가 많다. 엄마는 내가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 나에게 늘 사랑을 듬뿍 주셨다. "꼭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엄마. 합격하면 이제 힘든 일 안 하셔도 돼요. 엄마의 재봉 사업 자금을 모을게요." 엄마는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 일을 그만두셨으면 하는 게 내 오랜 꿈이었다. 엄마를 위해 희생하며 나를 키워주신 엄마에게 사랑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얼른 가봐, 앰버. 차 막히겠다. 나도 집세 보태려면 시장에 나가봐야 해." 엄마의 처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집세가 두 달이나 밀렸다. 집주인은 집세도 올렸다. 착한 분이시지만 그분의 친절에 기대는 건 여전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분들도 쓰셔야 할 돈이 있다. 페로 빌딩에 도착해서 바로 접수원에게 안내를 받았고, 최종 면접을 위해 5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늦어서 고용주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것보다는 일찍 도착하는 게 낫다.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다행히 손으로 막아서 다시 열렸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순간 키 크고 근육질의 남자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내가 얼떨떨해하는 사이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가슴이 왜 이렇게 빨리 뛰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것도 몰랐다. 멈출 수가 없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면도를 하지 않은 게 분명했지만 턱선은 아름답고 남자다워 보였다. 코는 오뚝했고, 눈은 날카로웠으며 세상에 화가 난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몸은 놀라웠다. 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몸매가 좋고 키도 180cm는 족히 넘어 보였다. 아마 수염을 깔끔하게 깎으면 더 잘생겨 보일 것이다. 40대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어려 보일 것 같았다. "다 보셨습니까?" 그가 말하자 나는 얼어붙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왜 아직도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성격 한번 고약하시네.' 속으로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쯧!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다니!" 그가 말했지만 내 귀에 들릴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돌아섰지만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술궂은 남자가 8층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나는 5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문에 비친 무례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 느꼈던 긴장감은 그의 심술궂은 행동 때문에 짜증으로 바뀌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조용히 있었고, 마침내 5층에 도착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그 무례한 남자는 여전히 내 뒤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돌아서서 심호흡을 했다. 가슴에 손을 얹었고 다행히 심장은 이미 진정된 상태였다. 그는 회사 직원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흥, 저 은둔자 같으니라고! 못생기기까지 했어!"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가 은둔자라고?" 나는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아섰다. 반스 씨가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멍하니 있었던 걸까? 반스 씨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 반스 씨, 안녕하세요." 나는 소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구 기다리고 있었니?" 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아뇨, 아무도요. 메건 스미스 씨 사무실을 찾고 있었어요. 최종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안내해 줄게. 나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거든."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었고, 그의 보조개가 다시 드러났다. 반스 씨는 정말 잘생겼고, 친절해 보였다. 이 남자는 왠지 편하게 대해도 될 것 같았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남자와는 달랐다. 그 남자는 마치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 것 같았다. 반스 씨는 미소만으로도 백만 불의 가치가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 반스 씨는 내가 은둔자에 대해 한 말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반스 씨는 이 회사의 행정 관리자인 메건 스미스 씨의 사무실로 나를 데려갔다. 메건 씨는 아름답고 친절했으며, 아직 오전 8시도 안 됐는데도 바로 나를 맞아주었다. 20대 후반쯤 되어 보였는데, 반스 씨와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일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두 사람은 잘생기고 아름다우며 둘 다 친절해서 서로에게 완벽한 한 쌍이었다. 면접은 평범했다. 반스 씨는 1차 면접 때처럼 나에게 질문을 했다. 면접이 끝나고 메건 씨는 나에게 사무실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다시 사무실로 불려갔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메건 씨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고,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그날, 나는 고용 계약서에 서명했다. 나는 6개월 동안 수습 기간을 거치게 되고, 그들이 내 업무 능력을 좋게 평가하면 정규직이 되어 복리후생을 받게 된다. 초봉은 400달러인데, 나처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큰돈이었다. 페로 가문이 뉴욕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나는 사무직만 할 거라서 별문제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유니폼도 한 벌 받았는데, 집에 가서 엄마에게 수선을 맡겨야겠다. 나에게 준 유니폼은 너무 헐렁했다. 첫 출근 날에는 다른 직원들에게 소개를 받을 것이다. 나는 새 직장을 얻었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전했고, 엄마도 나만큼이나 기뻐하셨다. "내가 말했잖니, 앰버. 포기하지 말고 기도하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딸이 드디어 오랜 염원이었던 직장을 구했네." 엄마는 기쁜 목소리로 말씀하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네, 엄마. 첫 월급 받으면 외식해요." 엄마와 내가 마지막으로 외식을 갔던 게 아빠가 살아 계실 때였던 것 같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 우리는 돈을 최대한 아껴 쓰려고 노력했다. 돈을 벌기가 힘들었고 엄마의 수입은 오로지 바느질과 남의 빨래를 해주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빚도 줄일 수 있어요, 엄마. 정말 감사해요. 이제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뜻밖의 축복이 찾아왔어요. 하느님과 아빠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요, 엄마." "그래, 앰버. 우리 딸. 항상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마렴. 하느님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시란다." 그날 밤, 나는 샘에게 문자를 보내 직장을 구했다고 알렸다. 샘은 즉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친구! 축하해!" 내가 전화를 받자 샘이 소리쳤다. "아야! 너무 큰 소리 내지 마, 샘." 나는 전화 너머로 웃으며 말했다. "그냥 네가 너무 기뻐서 그래, 앰버. 내가 포기하지 말라고 했잖아." "응. 이제 드디어 돈을 벌어서 엄마를 도울 수 있게 됐어. 드디어 핸드폰 요금도 낼 수 있게 됐고." 선불 요금제라서 힘들었다. 요금을 내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통은 요금이 없었다. "아, 맞다. 친구야, 할 말이 있어." "뭔데?" 이번에는 샘의 목소리 톤이 달라진 것 같아서 물었다. "켄 말인데." 샘이 말했다. 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켄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는데, 너를 찾고 있더라. 네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는 말 안 했어. 심지어 네 소셜 미디어 계정이 있는지도 물어봤어. 네가 아팠을 때 다 삭제했다고 했지. 그랬더니 질문을 더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차단해버렸어." "내가 힘들 때 갑자기 떠난 켄이 왜 나를 찾는 거지, 샘? 나는 켄을 잊었어, 샘." 나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사랑했던 남자가 아무 이유 없이 떠나면 누가 상처받지 않겠는가. 정식으로 이별을 고할 용기도 없이 유령처럼 사라지다니? 다행히 샘의 말이 맞았다. 나는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아팠을 때 엄마가 내 휴대폰을 전당포에 맡겼는데 결국 압류당했다. 그때는 새 휴대폰을 살 형편이 안 됐다. 그래서 더 이상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지금 쓰는 휴대폰은 사촌이 쓰던 건데 고모가 준 것이다. 샘과 나는 통화를 마쳤지만, 잠이 들 때까지 켄이 갑자기 왜 나를 찾는지 궁금했다. … "앰버! 앰버!" 엄마가 나를 깨웠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갑자기 일어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엄마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악몽을 꿨구나, 앰버. 괜찮니? 어디 아픈 데 없니?" 엄마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냥 나쁜 꿈이었어요, 엄마." 나는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이었다. 정오까지 깨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잠을 더 자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내 첫 출근 날이다. 잠시 후, 나는 출근 준비를 했다. 7시에 집을 나섰다. 회사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7시 30분에 페로 빌딩에 도착했다. 경비원은 내가 아직 신분증이 없었는데도 들여보내 주었다. 내가 지원했던 사람이고 이미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경비원은 유니폼 때문에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유니폼은 여전히 헐렁했지만 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고, 네이비 블루 색상은 내 깨끗한 피부톤과 잘 어울렸다. 유니폼은 블라우스와 스커트였는데, 다행히 다리가 매끈해서 걸어가는 동안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뜻밖에도 일주일 전에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던 그 은둔자가 아까 내가 꿨던 악몽의 원인이었다. 왜 그런 꿈을 꿨는지 모르겠다. 나는 울고 있었고, 그는 나에게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다행히 엄마가 바로 깨워주셨다. 꿈에서라도 그 남자의 심술궂은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발 그 은둔자가 이 회사 직원이 아니기를 바랐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5층 버튼을 눌렀다. 아직 오전 8시가 되지 않았고,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기 때문에 메건 씨를 기다릴 것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지만 갑자기 다시 열렸고, 누군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모양이었다. 내 눈은 커졌고, 심술궂은 남자가 나를 응시하는 모습을 보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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