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이름부터

3737 Words
성에 도착하자 쿠보타 장군이 나를 찾아왔다. 난 하녀들이 준비해 둔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숨을 참았다. 끔찍한 비명이 아직도 들려왔다. 귀족들의 권력욕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하! 잠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욕조에 있는 동안 장군이 물었다. “가겠소, 장군. 잠시만 기다리게.” 난 목욕 가운을 걸치기 위해 일어섰다. “전하! 휴식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오늘 붙잡은 포로들을 모두 지난번 포로들과 같은 지하 감옥에 가두었는데, 공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따로 가두었습니다. 전하, 지하 감옥으로 오셔서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십시오.” 쿠보타 장군의 설명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곧 가겠다. 병사들과 드워프들에게 지하 감옥으로 갈 준비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전하! 실례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내 앞에 절을 하고 방을 나갔다. 난 그의 요청에 대해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전장에서 잡은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봤을 때 거의 의식이 없었는데.” 그녀를 보자, 내 안의 용이 미쳐 날뛰었다. 내 안에 있는 용, 자모라이는 수년 전 겪었던 사건 이후 어떤 여자에게도 미쳐 날뛰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그는 이상하게 행동했고 나는 그녀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몸의 일부는 그녀를 보고 싶어 했다. 그녀가 내 성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옷을 입는 손길이 평소보다 빨라졌다. 준비를 마치고 침실을 나섰다. 병사들과 함께 지하 감옥으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이상한 감정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내가 걸어갈 때마다 벽의 횃불이 켜졌다가 내가 지나가면 꺼졌다. “전하! 여기입니다. 문을 열까요?” 한 드워프가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쇠가 요란하게 달그락거리면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지만, 단 한 여자만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사슬에 묶여 있지 않았다면 똑바로 서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눈은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용은 내 안에서 다시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녀를 보려고 나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를 제어하려 애썼다. 온몸이 먼지, 진흙, 마른 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녀는 아름다웠다. 전쟁에서 격렬하게 싸웠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공격적이고 큰 목소리로 내가 자기 아버지를 죽였다고 비난했다. 난 그 전쟁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하지면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이렇게 나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니, 나는 그녀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한 드워프가 그녀의 뺨을 때렸고, 그 소리가 지하 감옥에 울려 퍼졌다. 내 용과 나는 둘 다 분노에 휩싸였다. 순간 자모라이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느꼈고, 다음 순간 그 드워프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를 만졌던 손은 그의 더러운 몸에서 분리되어 떨어져 있었다. 모든 것은 자모라이가 한 짓이었다. 온몸이 드워프의 피로 뒤덮였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한 정신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내 호랑이! 자모라이가 다시 깊숙이 들어가자, 나는 다시 통제력을 되찾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비난했고, 나는 이 성에서 큰 소리로 외치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갑자기 지하 감옥에서 한 여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곧 아이를 낳을 것처럼 보이는 임산부에서 나온 비명이었다. 내 호랑이는 재빨리 그 여자에게로 향했다. 내 호랑이의 어머니라고 추측되는 또 다른 여자가 그녀가 왕실 간호사였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한 병사에게 아이를 낳을 때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녀가 그 여자의 출산을 돕는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난 아기를 낳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지하 감옥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왕자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능력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출산에 바빴지만, 때때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내 시선을 피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약 한 시간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여자아이라고 말했다. “아기가 참 예쁘네요.” 내 호랑이가 그 여자에게 하는 칭찬을 들었다. “남편은 어디 있나요?” 그녀가 그 여자에게 물었다. 나는 용이었고, 감각은 인간보다 더 예민했기에, 내 귀는 그들의 속삭임을 듣기에 충분했다. “그는 전장에서 죽었어요.” 그 여자의 대답은 내 마음을 고통으로 꽉 쥐게 했다. 나는 즉시 지하 감옥을 나왔다. “그녀가 일을 마치면 나에게 데려오시오. 하녀들에게 말해 그녀를 씻기고 편안하고 깨끗한 옷을 입히고, 다른 여자들에게도 음식과 깨끗한 옷을 주시오.” 나는 명령하며 지하 감옥을 떠났다. 내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고, 온몸이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떨렸다. 나는 재빨리 침실로 들어가 빈 의자에 앉았다. 전장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았고, 내 손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심지어 자모라이도 여러 왕들을 산 채로 불태웠지만, 이런 모욕감과 후회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갓 태어난 그 아기는 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이 없었다. 그 아기는 우리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영원히 용을 증오할 것이다. 피 흘림을 멈춰야 했다. 왕국을 확장하려는 아버지의 탐욕과 권력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형의 욕망은 전쟁에 있어 끔찍한 조합이었다.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사람들을 학살했다. 나는 즉시 장군과 기사들을 소집해 회의하기로 했다. 그때, 갑자기 침실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정부, 힐드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전쟁에서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정부를 원한 적이 없었지만, 수년 전 불행한 사건 이후 아버지가 강제로 나에게 정부를 정해주었다. “누가 여기 오라고 했소, 힐드리? 난 당신을 데려오라고 사람을 보낸 적이 없는데. 지금 장군과 기사들과 회의할 예정이니 여기서 나가시오.” 나는 그녀에게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용서해 주십시오, 전하. 며칠 동안 돌아다니시느라 피곤하시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전하의 스트레스를 좀 풀어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내 어깨를 만지며 속삭이자, 자모라이가 짜증을 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콧김을 뿜었으며 흥분했고, 나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전장에서 그녀를 본 후 자모라이가 이상했다. “전하, 침대로 오세요. 제가 전하의 스트레스를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서 유혹적으로 말했다. “누가 내 침대에 앉으라고 허락했소? 목을 베기 전에 당장 여기서 나가시오!” 나는 그녀를 위협했다. “죄송합니다, 전하.” 그녀는 순종하는 척하며 내 침실에서 뛰쳐나갔다.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거기에 머물렀다면, 그녀의 운명은 지하 감옥에 있는 드워프와 같았을 것이다. 그녀의 구두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든 나와 자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여자를 믿지 않았다. 곧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였다. 그녀는 문 뒤에 있었고, 나는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들어오시오.”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자세를 고쳤다. 가장 나이 많은 하녀 아가사가 그녀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손이 사슬로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사슬을 채우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전하. 사슬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아가사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그녀의 손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 데도 보지 않았다. “이만 나가보시오, 아가사.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후 너에게 보낼 것이다. 그녀에게 충분한 음식을 주고 잘 대해주어라.” 나는 아가사에게 지시했고, 그녀는 나에게 절을 하고 방을 나갔다. 돌아보니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왜 웃고 있지, 호랑이?” “모두가 살인마에게 절을 하고 있어요. 그게 여기서 가장 우스워요. 그래서 웃었어요.” 그녀는 사슬 때문에 빨갛게 변한 손목을 문지르며 설명했다. “당신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명심하고 존경을 보여야 할 것이오. 나는 당신의 새로운 왕이고, 당신은 나에게 복종해야 하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권력욕 때문에 사람들을 학살하는 살인마에게 고개를 숙일 생각은 없어요. 당신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 전에 차라리 죽겠어요.” 그녀는 기백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고, 주먹을 꽉 쥐었다. “드워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을 텐데, 계속 이런 식으로 말하면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의 무례는 용납하지 않겠다.” 나는 그녀의 턱을 살짝 쥐며 경고했다. 자모라이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보통 누군가 무례하게 말하면 그는 밖으로 나와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 “어서, 날 죽여요. 난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 난 당신에게 또 다른 시체가 될 뿐이에요.”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난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난 내 소유인 것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넌 내 것이다! 알겠나?”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그녀를 더 만지고 싶었다. 그 분홍색 입술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그녀는 내가 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그녀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통제하고 내 명령에 따르게 하고 싶었다. “계속해서 무례하게 대한다면, 네 어머니를 죽일 것이다!” “안 돼요, 그러지 마세요, 제발.” 그녀의 눈빛은 갑자기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좋아. 네 이름부터 말해라.” 나는 조롱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가 내 통제 아래 있다는 것을 실감하자, 알 수 없는 고양감이 나를 압도했다. “전하, 저는 엠마 캐롤 트린더입니다.” 그녀가 나를 ‘전하’라고 부를 때, 나는 그녀의 턱이 굳어지는 것을 봤고, 내 입술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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