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전담 간호사

3943 Words
“전하께서 당신을 성안 하인 숙소로 데려가 몸을 씻게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어깨가 넓은 딱딱한 군인이 나를 데려가기 위해 들어왔다. “어머니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가!” 내 목소리가 다시 높아져 지하 감옥 벽에 메아리쳤다. “알겠습니다. 전하의 명령을 거역하면 어머니를 교수형에 처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군인은 차갑게 위협하며 어머니 쪽으로 걸어갔다. “어머니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지 마! 갈 테니까!” 나는 큰 소리로 외치며 일어섰다. “어머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안전하게 계세요. 곧 돌아올게요.”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머니를 안심시켰고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감옥에서 나왔을 때 두 명의 하녀가 있었다. 한 명은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어린 소녀였다. 둘 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스카프를 묶고 있었다. “이 아이를 하인 방으로 데려가 깨끗한 새 옷을 입히세요. 전하께서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 준비가 되면 전하의 방으로 보내십시오.” 군인은 사슬과 열쇠를 나이 든 여성에게 건네주며 지시했다. “우리와 함께 오세요. 발버둥 치지 마세요. 이 성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습니다. 여기서 탈출하려고 하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전하의 진노를 사게 되면 깊고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평생 고통 받게 될 것입니다.” 나이 든 여성은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했고, 그녀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그녀와 함께 있던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서 나오자, 마침내 성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성은 거대했고 내가 섬겼던 다트버리의 유토리아 성보다 훨씬 더 컸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내 시선은 성과 창밖을 살피기 위해 쉼 없이 돌아다녔다. 다섯 개의 튼튼한 사각형 탑이 위용 있게 서 있었고, 꼭대기는 거의 하늘에 닿을 듯했다. 탑들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방어선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튼튼했다. 모든 탑들은 밝은 회색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아한 창문들이 벽 전체에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었고, 활과 대포를 위한 구멍도 있었다. 성의 입구는 넓은 나무문이 달린 널찍한 문이었다. 성문 밖에는 다양한 큰 집들이 흩어져 있었고, 놀랍게도 부유한 사람들도 성문 밖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었다. 성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그 흔적을 보였지만, 성안 사람들은 성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었다. 성에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레, 상자, 천막, 그리고 다양한 무역품들이 성 밖에 쌓여 있었고 경비병들이 검사하고 있었다. 두 여성 뒤를 따라 걷다가, 복도 모퉁이에 도착하여 다른 복도로 이어지는 계층을 내려갔다. 그들은 계속 걸었고 나 역시 그들을 따라갔다. 횃불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바깥이 아직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어두웠다. “들어오세요.” 나이 든 여성이 문을 열었다. 방에 들어서자, 내 눈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방을 자세히 살폈다. 방은 크지 않았고, 깨끗한 시트가 깔린 침대 세 개가 있었다.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마도 하녀들의 방인 것 같았다. “내 이름은 아가사이고 이쪽은 질리언이에요. 예쁜 아가씨, 이름이 뭔가요?” 나이 든 여성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엠마 캐롤 트린더입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따뜻한 목욕을 해야겠군요. 자, 여기 옷 한 벌이 있으니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나는 일이 좀 있어 그동안 부엌에 갔다가, 일이 끝나는 대로 올게요.” 그녀는 설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옷을 받아 따뜻한 목욕을 하러 갔다. 내 먼지와 진흙으로 물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우리는 군인은 아니었지만, 전쟁에서 열심히 싸우기 위해 공격 기술을 배우고 연습해야 했다. 우리 왕이 우리가 언젠가 다른 왕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항상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탐욕스럽고 살인을 저지르는 왕자와 왕이 세상을 다스리는 한 세상에 평화는 나타날 수 없다. 곧 내 몸에서 모든 진흙, 먼지, 마른 피가 씻겨 나갔다. 하지만 내 마음의 고통은 어떻게 씻을 수 있을까? 나는 천천히 몸을 닦고, 깨끗한 옷을 입었다. 아가사는 그녀가 입고 있는 것과 거의 같은 긴 파란색 드레스에 하얀 앞치마가 달린 옷을 주었다. 아마도 하녀들의 복장일 것이다. 나는 침대에 앉아 우울하게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진주 같은 눈물이 천천히 내 손바닥에 떨어졌고, 아버지를 떠올리자 흐느낌이 더욱 커졌다. 나는 그의 시신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고만 알려주셨다. “준비됐나요? 그럼, 전하를 만나러 갑시다.” 아가사가 내게 다가와 다시 내 손에 사슬을 채웠다. “왜 다시 나를 묶는 거죠? 난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의 얼굴을 떠올리자, 분노로 가슴이 들썩였다. “살고 싶다면 조용히 있어야 해요. 복수를 하려면 살아 있어야죠?” 아가사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아마도 성의 중심부로 추측되는 세 번째 탑에 도착할 때까지 같은 길을 걸었다. 그녀는 탑 오른쪽으로 돌았고 곧 우리는 다른 복도로 들어섰다. 그녀는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우리가 복도를 따라 지나갈 때 횃불이 차례로 켜졌고, 우리가 지나가고 나면 횃불은 꺼졌다. 이 성에는 많은 비밀이 있다.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는 방 앞에서 멈췄다. 병사들은 곁눈질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거대한 나무문에는 용이 조각되어 있었고 문 위쪽에는 입을 크게 벌린 두 개의 큰 용 조각상이 있었다. 저 용들은 사람을 잡아먹을까? 아니면 불로 태워 죽일까? 아가사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의 깊은 목소리를 듣자, 온몸이 떨렸다. 나는 옷을 꽉 쥐고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사가 문을 열었고 우리는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사슬에 묶인 것을 보자 그의 얼굴은 약간 짜증스러워졌다. 그는 아가사에게 나가라고 했고 방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혐오스러웠다. 내 눈에 그는 왕자가 아니라 살인자였다. 대신 나는 그의 방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시트가 깔린 큰 침대가 있었다. 방은 파란색과 회색 가구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 방구석에는 원형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깃털 펜과 작은 잉크병이 놓여있었고, 흩어진 종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우리 중 누구도 상대에게 굴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의 말에 그의 자존심은 상하자, 마침내 그는 자신이 가진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그는 내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미 아버지를 잃었는데, 어머니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살아남아 어머니를 안전하게 지켜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뜻에 따라야 했다. “좋아. 네 이름부터 말해라.” 내가 굴복하자 그의 조롱하는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하, 저는 엠마 캐롤 트린더입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자기소개했지만, 그 앞에 완전히 고개 숙이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엠마, 너에 대해 말해봐.” 그는 바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방 안의 횃불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가 서로 닿을 듯했다. “저에 대해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하. 저는 다트버리 유토리아 성의 메게스 오시디에 왕을 모시던 귀족이었습니다. 충성스러운 신하였지만, 당신의 공격으로 인해 왕국은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망쳤고, 전 당신 얼굴에서 피에 대한 갈증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독설을 쏟아냈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한 질문에만 대답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는 권위적인 목소리로 경고했다. “저는 당신이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닙니다, 전하. 당신은 왕자이고, 당신 자리에는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이 충분히 있겠죠. 저는 단지 포로일 뿐입니다.” “내 관심을 누구에게 줄지, 누구에게 주지 않을지는 내가 결정해. 넌 이 성에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어, 그리고 나는 하인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는 으르렁거렸다. 내가 단지 하인이라면 그는 왜 나를 그의 방으로 불렀을까? “곧 네가 왜 내 방에 있는지 알게 될 거다.” 그의 말을 듣자, 몸이 약간 떨었고 목덜미의 털이 곤두섰다. 도대체 어떻게 내 생각을 알았을까?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걸까? 그런 능력이 있는 걸까? 다음에는 조심해야겠다. “용서해 주십시오, 전하. 제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알아야겠습니다. 왜 저는 혼자 왕자님의 방에 있습니까?” 나는 고개를 위로 기울여 그를 탐구하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너무 강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지만, 그는 내가 거기에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넌 내 간호사로 배정될 것이다. 아가사에게 당신을 왕실 주치의에게 소개하도록 명했으니, 넌 내 건강을 책임지고 매일 나를 찾아와 내 안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이미 왕실 주치의가 있다면 왜 나에게 그의 건강을 확인하라고 하는 거지?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음식에 독을 넣어 그에게 주는 것도 가능할 텐데. “나를 독살할 생각은 하지도 마, 그렇지 않으면 네 어머니가 위험해질 것이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몸을 꿰뚫었다. 어떻게 내 생각을 아는 거지? “죄송합니다, 전하, 하지만 건강을 확인할 전담 왕실 주치의가 있다면 왜 저를 필요로 하십니까? 저는 단지 간호사일 뿐이고, 인간이라면 몰라도, 용의 건강 기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전하, 왕실 주치의에게 건강 검진을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를 섬기고 싶지 않았다. 그의 건강에 기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내 아버지의 살인자였다. “호랑아, 고집부리지 마라. 왕실 주치의들은 이미 할 일이 많다. 그는 때때로 왕의 건강도 확인해야 하니, 이렇게 하면 그의 임무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거다. 이곳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지, 네가 아니다.” 그의 파란 눈이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런 색깔의 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또한 누구든 무릎을 꿇게 만들 수 있는 권위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전하!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나는 대답하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이제 가서 아가사를 만나라. 그녀가 전담 간호사의 임무에 대해 설명해 줄 거다.” 그는 내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다, 엠마! 네 아버지를 죽인 자의 건강을 책임지게 된다니!
Free reading for new users
Scan code to download app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Writer
  • chap_listContents
  • likeA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