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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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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b

Simone Leigh is English but has lived in Spain for the last few years.

Here, she divides her time between working on her tan, decorating her beautiful villa, writing e*****a and swimming naked in her swimming pool.

According to one recent internet troll, she is 'beyond redem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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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전變轉-1
삐비빅. 삐비빅. 통신기의 벨 소리가 집요하게 울렸다.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도 없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소음에 잠기운이 슬금슬금 흩어졌다. 내 품에 반쯤 엎어져 있던 몸이 한참을 꿈질거리다가 어딘가로 팔을 번쩍 뻗었다. “뭐야, 아침부터.” 통신기를 귀에 갖다 댄 욘이 사납게 쏘아붙였다. 잔뜩 쉰 목소리가 그렁거렸다. 아침잠이 많은 욘은 오전 시간에 가장 포악해지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시간엔 온화하다는 뜻은 아니다.) “…젠장, 알겠어. 곧 가지.” 무언가 확인하는 듯하던 욘이 뭉그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 페이. 정오가 지났어.” 긴 손가락이 성의 없게 내 뺨을 두드렸다. “뭐……?” 눈물이 말라붙어 뻑뻑해진 눈을 억지로 떴다. 욘이 코앞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음… 예쁘네…….’ 잠에 취해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멍청하게 자신의 얼굴 감상 시간을 갖고 있다는 걸 눈치챈 욘이 내 마빡을 후려갈겼다. “아…….” 느릿느릿 기억이 돌아온다.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았을 기억이었다. 카펫 위에서 두 번, 안락의자에서 한 번, 벽에 서서 한 번이었나? ‘그래도 침대에서 재워주긴 했네.’ 등에 닿는 푹신한 감촉을 느끼면서 흐리멍덩한 눈가를 문질렀다. 내 발로 침대에 누운 기억은 없다. 아무리 욘이라도 저 때문에 기절한 상대를 바닥에 내팽개쳐 놓지는 않는구나. “세탁 맡기게 나와, 어서.” 그러나 하얀 손이 이불을 걷어내는 순간, 나는 욘을 얕잡아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불에 가려져 있던 침대 시트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잠만 잤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직까지 축축한 습기가 남아있는 부분도 있었다. 내 발로 침대에 누운 기억이 없으니 당연히 침대에서 뭘 한 기억도 없다. 정신을 잃은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돌아올 대답이 무서워서 그만뒀다. 뺨이 뜨끈하게 익었다. 얄궂게도 내 기분은 어젯밤만큼 끔찍하지는 않았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라는 걸 받아들인 것인지……. 알몸의 욘이 기지개를 켰다. 햇빛에 비친 흰 피부가 눈이 부시다. 사타구니 사이에 시선이 닿았을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흐렸다. 이불보를 둘둘 말아 던진 욘이 가운을 걸쳤다. “멍청하게 보고만 있지 말고 일어나서 씻어. 싸놓고 바로 자서 더러워, 너.” 저 밉살맞은 주둥이를 진짜 딱 한 대만 때려보고 싶다. 한숨을 푹 내쉬고 침대 밖으로 다리를 뻗었다. 그러나 허리 아래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나흘 넘게 나를 괴롭히던 복통은 잦아들었지만 그 외 온갖 통증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어디 망가뜨린 거 아냐……?” 욘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영민한 욘은 섹스에도 금방 익숙해졌지만―그 괴상한 좆질은 한 번으로 끝났다는 뜻이다―처음부터 끝까지 무지막지하게 거칠었다. 섹스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행위였던 것일까. 내가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만만히 보았나……. “으헉.” 침대를 벗어나다 결국 엎어졌다. 건강과 체력으로는 고향에서 나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 그런 튼튼한 몸뚱이가 늘 이렇게 너덜너덜해지고 마는 것은 역시 이상한 일이다. 나를 덮친 놈들이 미친 새끼들인 게 틀림없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버둥거리자 사타구니 사이에서 뭐가 주룩 흐르는 게 느껴졌다. 죽겠다. 아파서 죽을 거 같고 얄궂은 죄악감으로 죽을 것 같았다. 정작 같은 죄악감을 느껴야 할 욘은 그저 개운한 얼굴이었다. 늘씬한 다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싶더니 욘이 팔을 뻗었다. “바닥에 흘리지 말고 일어나.” 웬일로 순순히 손을 건네준다 싶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람 기분 잡치게 만드는 말만 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로 대단하다. 감정을 담아 욘의 손을 거칠게 잡고 몸을 일으켰다. 건장한 성인 남자의 체중을 한 팔로 견디면서도 미동 하나 없는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찼다. 넓은 방이라 욕실까지 걸어갈 생각에 막막해졌는데, 욘이 손을 잡아끌었다. 일어나자마자 어서 가라고 걷어차기나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나보다 체구가 작은 욘에게 부축을 받으니 뭔가 몹시도 어색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잠깐, 같이 들어가게?” 거침없이 욕실 문을 열어젖히는 욘을 보며 물었다. “시간 없어. 나도 빨리 나가봐야 돼.” 이 자식, 욘이 아닌 게 아닐까? 눈을 크게 뜨고 욘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사람 같지 않게 예쁘고 사람 같지 않게 성격 더러워 보이는 것이 그놈이 분명한 것 같긴 한데……. “굼벵이 같구나.” 욘이 등짝을 갈겼다. 그대로 샤워 부스 안까지 떠밀려 들어왔다. 욘은 입고 있던 가운을 대충 벗어 던지고 냅다 수도꼭지를 비틀었다. 급작스러운 물벼락에 비명이 꽥 나왔다. “시끄러워. 목소리 울리니까 조용히 해.” 욘이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속삭였다. 묘하게 박력 넘치는 모습에 침이 꿀꺽 삼켜졌다. 샤워하는 욘의 모습은 생전 처음 본다. 아니, 살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긴 속눈썹이 축축하게 젖어갔다. “…페이, 네가 그렇게 날 볼 때마다 얼마나 짜증이 솟구치는지 알아?” 험악하게 내리꽂히는 목소리에 얼른 몸을 돌렸다. 귀빈실의 시설답게 샤워 부스도 제법 널찍한 편이었지만 그래 봤자 샤워 부스라 장정 둘이 같이 씻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최대한 형에게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슬금슬금 몸을 적셨다. 왠지 등이 따갑다. 뒤에 욘이 있기 때문이겠지. 한숨을 내쉬며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문질렀다. 문득 정말 머리를 잘라버릴까 싶었다. 매번 미용사를 찾는 것보다 질끈 묶고 다니는 게 편해 어릴 때부터 유지하던 모양새였으나 노예로 전락하면서 그마저도 거치적거렸다. 백작과 피트가 내 기다란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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