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에서 도망치다 기절한 그녀, 유사랑]
눈을 억지로 떴다. 병실이었다.
"내 머리카락"
중얼거리며 즉시 내 몸을 확인했다. 바지 끝단만 진흙투성이였다. 머리카락과 옷은 깨끗했다. 왼쪽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바지의 천은 붕대를 감싸기 위해 잘려 있었다. 침대에 앉자 문이 열리고 두 명의 군인이 들어왔다. 둘 다 키가 거의 2미터에 육박했다.
"오, 도망친 미용사가 깨어났군"
앞에 있는 군인이 깊고 명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짧게 깎은 머리와 깨끗이 면도한 얼굴, 엄격한 갈색 눈과 당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거대한 체격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누가요, 제가요? 도망자라니요? 아니에요, 저는 도망자가 아니에요!"
나는 항의했다.
큰 남자는 계속해서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사랑, 24세, 미용사. 당신은 부산 출신이고, 우리가 인천 주 경계에서 지형 조사를 하고 있을 때 민간인으로서 지뢰밭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당신은 장교가 아니고, 임명된 적도 없습니다. 부산과 여기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그의 눈이 좁아졌다.
"작전이 아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단순한 지형 조사였습니다. 다시 묻습니다, 부산과 여기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우연입니다."
하고 신음하듯 말했다.
그는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간첩인가요?"
"누가요, 제가요? 아, 물론 아니죠. 간첩이 되는 건 이 생에서 제가 할 마지막 일입니다. 저는 사는 걸 꽤 좋아합니다, 정말로. 고문 같은 건 견딜 수 없어요. 분명 순식간에 모든 걸 털어놓을 겁니다."
그의 뒤에 있던 군인이 웃었지만, 상관의 날카로운 시선에 다시 침묵을 지켰다.
"그럼 뭐죠? 왜 부산에서 여기까지 왔습니까?"
지휘관의 목소리가 더 단호해졌다.
"당신은 범죄 기록이 하나도 없습니다. 교통 위반 딱지도 없습니다. 꽤 무고해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극서에 온 이유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있습니까?"
"차가 없어요."
"무슨 차요?"
"차가 없어서 교통 위반 딱지가 없는 거예요."
내가 설명하자, 다시 한 번 그의 뒤에 있던 군인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또 다른 엄한 시선이 그를 즉시 침묵하게 했다.
지휘관의 턱이 굳어졌다.
"들어요, 부산의 자랑. 이건 당신에게 주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입니다. 이 주나 이 나라의 경계 내에서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째 기회는 없습니다. 내 주변에서 눈 띄지 마세요. 다음 번에는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그를 지나쳐 뒤에 있는 군인을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물었다.
"인천은 무엇으로 유명하죠?"
"쫄면."
군인은 자동으로 대답했다.
"쉿!"
지휘관이 소리치자 군인은 말을 더듬었다.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질문이 저에게 향했을 때 일반 상식인 줄 알았습니다."
"걱정 마. 내가 너희 모두를 위해 이걸 처리할게. 내가 끝내면 너희의 일반 상식은 급상승할 거야."
나는 지휘관이 나를 "부산 어묵"이라고 부른 것처럼 인천의 유명한 무엇으로 그를 부르고 싶었지만, 이 거대한 남자를 "인천 쫄면"라고 부르기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세요? 저는 무고한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발뒤꿈치를 쏘셨잖아요. 사과하기는 커녕 난리치고 계시네요."
우리의 눈이 다시 마주쳤지만, 그의 다음 말은 부하에게 향했다.
"정찬형!"
"네, 지휘관님!"
"정지 경고를 무시하고 대한민국 군인을 모욕했으니, 감옥에 넣어 정신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나는 믿기지 않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요?!"
"하지만, 대장님."
정찬형이 말하려 했지만, 지휘관의 손짓에 의해 말을 멈췄다.
지휘관은 정찬형을 굳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를 감옥에 넣지 않는다면, 훈련 중 후회할 일이 생길수도 있다. 이봐."
그러고 나서 그는 나에게 한 걸음 다가와,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네가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다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부산 어묵."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방을 나갔다.
나는 그의 상사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워 보이는 정찬형과 눈을 마주쳤다.
"저 감옥에 가는 거예요?"
그는 웃으며,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아니요, 사랑씨,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에요. 아침이면 자유로워질 거예요. 하지만 이해하셔야해요. 당신은 지형 조사 중에 위험한 지역으로 뛰어들었고, 사과를 기대했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약간 과민반응을 했을지도 몰라요."
나는 그가 옳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곳에 지형 조사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조차 몰랐다. 인천은 나에게 따뜻한 환영을 주지 않았다. 차라리 여수로 갔어야 했다.
간호사가 나가도 좋다고 하자,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정찬형을 바라보았다.
"저도 수갑을 채우실 건가요?"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걷지 못하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아니요, 걸을 수 있어요. 아니, 뛰어다닐 수 있어요. 당신들은 저를 마치 자고새처럼 쫓아다녔잖아요."
나는 그에게 나무라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민간인 쏘는 게 취미인가요?"
정찬형은 이번에는 진심으로 웃었다.
"대장은 당신을 멈추기 위해 쏜 거예요. 죽이려는 게 아니라. 당신은 지뢰밭으로 달려가고 있었어요. 철조망이 있었지만, 당신은 그것도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 보였어요. 게다가,"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지역에는 무기 밀수업자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복도를 따라 걸어갔고, 나는 그와 함께 절뚝거리며 걸었다.
"무기 밀수업자요?"
"네, 그들은 국경을 넘어 테러리스트에게 무기를 팔 계획이었어요. 우리는 그들을 막으려 했어요. 지형 조사 중에 우연히 그들을 발견했지만..."
"하지만 내가 나타났죠."
내가 그의 말을 끝맺었다.
"맞아요. 당신이 반 시간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우리는 당신 대신 그들을 자고새처럼 사냥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 점은 미안해요.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이 무기를 팔았나요?"
"아니요, 모든 혼란 속에서 그들은 연락책을 만나지 않고 도망쳤어요."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었다.
"하지만 당신은 이 모든 걸 모르는 거예요, 알겠죠? 당신이 단지 겁에 질리고 혼란스러웠다는 게 명백해서 말해주는 거예요."
"아, 내 첫 번째 국가 기밀이네. 참 기분 좋네요."
내가 농담을 던지자 그는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적어도 이 병사는 그의 항상 소리치는 상관과 달리 웃을 줄 알았다.
우리는 군용 차량을 타고 인천 군사 구역 헌병대 사령부 건물에 도착했다. 지휘관의 말대로, 그들은 나를 구금실에 넣었다. 시간을 물어보니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다. 지금은 새벽 3시 30분이었다. 나는 감방의 벤치에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대고 아침을 기다렸다.
어느 순간 군의관이 와서 내 발목을 확인하고 통증 수준을 물었다.
"지휘관님이 확인하라고 하셨어요."
그가 설명했다. 나는 정찬형이라는 군인이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지휘관 그 사람일 수도 있었다. 나는 이 군대 계급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지휘관, 대위.
내 인생에서 이 용어들을 세 번 정도밖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른 병사가 차를 가져왔고, 나는 희망을 품고 물었다.
"이제 나가도 될까요?"
"당신은 오전 8시에 풀려날 것입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게다가 이 시간에 갈 곳이 없다면, 여기만큼 안전하고 따뜻한 곳도 없을 겁니다. 편히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떠났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 시간에 호텔이나 호스텔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아마도 여기가 가장 안전한 곳일 것이다. 나는 차를 마시며 벤치에 몸을 웅크리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할 일이 없어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정찬형이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졸린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이제 나가도 되죠?"
"네, 이제 나가도 됩니다. 축하해요."
그의 눈에는 재미있다는 듯한 눈빛이 반짝였다.
"다시는 여기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가 여기 있나요?"
나는 무심한 척 물었다.
"누구요?"
"처음에 내 발뒤꿈치를 쏘고 나를 구금한 사람요."
"김수현 지휘관님이요?"
"이름은 몰라요. 어제 나에게 소리쳤던 사람요."
"아, 대한민국군의 자랑이자 '침묵의 군인'으로 알려진 김수현 대위님이십니다."
정찬형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아요. 어제 당신과 함께한 것이 기록을 세운 겁니다. 그는 오늘 아침 일찍 떠났어요."
"아마도 나를 다시 만나지 않으려고 떠났겠죠."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배낭을 집어 들고 내 짐가방을 발견했다.
"아, 내 짐가방!"
"어제 당신이 기절했을 때, 혹시나 뭔가 잘못한 게 있을까 봐 증거 확인을 위해 가져왔어요."
정찬형이 설명했다.
"아직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요. 이모가 싸준 거예요."
나는 망설였다.
"뭔가... 흥미로운 게 나왔나요?"
"지휘관이 직접 확인했어요. 만약 수상한 게 있었다면, 당신은 지금 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나는 속으로 움츠러들며, 이모가 내가 예상했던 것을 싸줬는지 궁금했다. 그 심술궂은 고릴라 같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다니 얼마나 끔찍한가.
"정찬형..정찬형씨..."
"그냥 정찬형이라고 부르세요.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
"고마워요. 혹시 깨끗하고 믿을 만한 호스텔이나 호텔이 있을까요?"
"물론이죠. 주소를 적어드릴게요."
그는 메모장을 꺼냈다.
"일이 바쁘지 않았다면 태워다 드렸을 텐데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당분간은 군복 입은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요."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도 웃으며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가 택시를 불러준 후, 그는 나를 역의 정문까지 배웅해 주었다.
정찬형이 추천한 호스텔에 도착해 나는 일주일치 숙박비를 내고 괜찮고 깨끗한 방에 자리 잡았다.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전화를 꺼내 번호를 숨긴 채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세 번째 벨소리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는 목소리를 바꾸어 말했다.
"안녕하세요. RA 리서치 회사에서 전화드렸습니다.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그것은 우리의 특별한 암호였다.
"사랑아, 얘야, 나 혼자 있어. 그들이 역에 가서 너에 대해 물었어. 병원에 있니, 아니면 누군가와 도망갔니? 그 괴짜가 알아보고 있어."
"그래서 그가 왔군요."
"응, 정오쯤에. 어디에 있니, 얘야?"
"인천이요."
"어머나! 도망가라고 했다고 이렇게 멀리 갈 줄은 몰랐단다. 그럴거면 차라리 달로 가지 그랬니."
"아, 이모! 충동적으로 결정한거에요. 계획된 건 아니었어요. 이모는 어떻게 했어요? 이모부...반응은 어떠셨어요?"
"우리 그냥 술 좀 마시고 잠들었다고 했어. 내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까 그도 기억이 안 난다고 조용히 있었어."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에요?"
"그 미친 녀석이 이상하게 행동해. 너네 이모부이 아니었다면 너에 대해 묻지도 않고, 네가 도망간 것도 신경 안 썼을 거란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경찰서에서 '난 안 들어갈 거야. 아버지가 물어봐'라고 했대."
"차라리 아무도 안 물어봤으면 좋겠어. 이제 그들이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서..."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모, 진정하세요. 어젯밤 병원에 있다가 경찰서에 있었어요."
"병원? 사랑아, 괜찮니? 무슨 일이 있었어?"
"그냥 작은 사고였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 완전히 괜찮아요."
"이모부이 경찰서에 친구가 있어. 공식적인 실종 신고는 아니고...그냥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보를 얻으려는 거야. 부산에서만, 전국적으로는 아니고."
"알아두면 좋겠네요. 이모, 저 호스텔에 자리 잡았어요. 샤워하고 정리 좀 해야 해요. 곧 다시 얘기해요."
서로의 안전을 빌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짐가방을 침대 위에 놓고 둘 다 열었다. 누군가가 그것들을 뒤졌는지 엉망이었다. 예상대로 이모가 내 모든 속옷을, 색색으로 다양하게 챙겨 넣었다. 나는 이런 버릇이 있었다. 속옷은 겉옷과 맞춰야 하고, 바지를 입을 때는 심리스 속옷을 입었다. 그 엄격한 대위가 그걸 다 봤을까?
"적어도 내 진술을 받기 전에 물건을 뒤졌어야 했는데..."라고 중얼거리며 새 옷을 꺼냈다. 손이 작은 가방에 걸렸고, 그 안에는 붕대 재료와 방수 테이프가 있었다. 이모가 이런 걸 챙겼을 리 없었다. 사령관이 남긴 걸까? 그렇다면, 의무병을 보내 내 상처를 확인하게 한 사람은 정찬형이 아니라 그 투덜대는 고릴라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렇게 엄격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방수 테이프를 상처 위에 붙인 후 샤워를 했다. 총알은 나를 스쳤을 뿐이었다. 대위는 멈추게 하려고 쏜 것이지 해치려는 게 아니었다. 다섯 바늘의 상처는 흉터로 남겠지만, 그래도 스친 것에 불과했다.
가장 따뜻한 옷을 입었다. 인천의 11월은 매서운 추위였고, 바람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부산이 춥다고 생각했던 나는 인천의 겨울에 어떻게 적응할지 전혀 몰랐다.
머리를 조심스럽게 말리면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이모를 찾아온 여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엄마를 꼭 닮았어." 라고 말했다.
"유라의 얼굴도 이렇게 아름다웠고, 피부는 빛났지."
그 말들이 내 마음에 남았고, 엄마를 닮은 내 피부를 꼼꼼히 관리하게 됐다.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린 동생 카야까지. 나는 그들을 하룻밤에 모두 잃었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지만, 카야는 살아남지 못했다. 아무것도 처리할 수 없었을 때, 나는 세 개의 무덤 앞에 서 있었다.
"여기에 머물러도 된단다."
이모가 말했다. 그들은 거기에 있었고, 우리는 여기 있었다. 우리 둘만 남았다.
그 후로 이모는 내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이모부이 집안일을 돕게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나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나를 보내버릴까 봐, 나는 항상 부탁받기 전에 집안일을 했다.
그러던 중 이승훈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그는 나를 혼자 몰아넣고, 자라나는 내 몸을 만지며 추잡한 말을 했다. 밤에는 내 방에 몰래 들어와 나를 감싸고, 온몸을 쓰다듬으며 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속삭였다. 그는 나에게 그를 만지게 강요했고, 거부하면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내가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요구가 점점 더 참기 어려워지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이모에게 말했다. 다행히도 이모는 나를 믿어줬다. 그 후로는 절대 혼자 두지 않으셨고, 심지어 이모부이 모르게 밤에 내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하셨다. 이모는 이모부이 나를 믿는다 해도 아들의 편을 들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모와 나는 이승훈을 우리 나름대로 해결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여름 방학에 일했던 박수진의 미용실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모는 이모부과 새아들인 이승훈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 이승훈을 건설 회사를 통해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는 전기 기술자였고, 보통은 유럽 국가로 직원을 보내지만, 이모는 어떻게든 그를 대서양 건너로 보내도록 설득하였다.
이모는 항상 나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준 나의 유일하고도 소중한 가족이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이 기억을 방해했다. 발목을 다시 붕대로 감은 후,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아침 식사할 곳을 물어본 후, 배불리 먹고 나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약국에 가서 더 많은 붕대를 사고, 그 다음에는 새 휴대폰을 샀다. 이것이 내 유일한 사치가 될 것이다. 모아놓은 돈이 많긴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니까. 나는 이모의 도움으로 미용실을 열기 위해 몇 년 동안 돈을 모아왔다.
휴대폰 가게를 나서자, 길 건너 작은 지역 식당에 "구인"이라는 표지가 보였다. 이승훈이 나를 인천에 온다면, 그는 미용실부터 확인할 것이다.
이제 직업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미용사에서 서빙하는 직원으로. 물론, 내가 그 일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