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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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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잠깐만요!"

지은이 제 눈 앞에서 스르르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며 외쳤다. 간신히 열리는 문을 향해 뛰어든 순간 제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고 있음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찰나의 순간, 제 머릿 속을 스쳐간 엄청난 통증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감촉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무도 당황한 표정으로 저를 내려보는 남자. 놀란 정신을 수습하며 남자의 목에 감긴 제 팔을 서둘러 내렸다.

"헉,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구두가 엘리베이터 문에..."

남자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이 아침 저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했던 아주 강렬한 파란 구두 한쪽이 엘리베이터 문 틈에 끼인 채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

"우리 또 보네요. 근데 발목은 괜찮습니까? 아까 내릴 때 보니까 불편한 것 같던데요."

"아~ 네. 괜찮아요. 아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입에서 나오는 짧은 외마디 비명을 가까스로 제 손을 들어 틀어 막으며 그를 대면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별 생각없이 사랑니 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치과의 의사가 엘리베이터의 그 남자일 줄이야.

......

"어! 한지은씨?"

"아... 하하하. 또 뵙네요."

"그러게요. 오늘만 우리 세 번째 네요."

황당함과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하루 일진을 탓하며 겨우 상황을 수습하는가 했는데... 마치 악연처럼, 우연처럼 이어지는 그와의 계속되는 드라마틱한 만남. 저도 모르는 사이 가랑비에 옷이 젖어 들듯 가슴을 가득 채운 사랑이라는 감정에 설레고, 또 설레인다.

마치 우리가 인연인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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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지 않은 만남
홍대 한 주상복합 상가의 엘리베이터 앞. "어, 잠깐만요! 같이가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찰나 지은은 저도 모르게 한쪽 발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 어~ 어~" 제 몸이 허공 위로 붕 떠올랐다. 찰나의 순간 끔찍한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앞으로 점점 더 기울어지던 몸이 약간의 충격과 함께 멈춰섰다. 엄청난 고통이 가해질 줄 알았는데 뭔가 딱딱한 것에 얼굴을 '퍽'하고 부딪친 것 외에 다행히 큰 고통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망신은 면했다 싶어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헙!"    지은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제 눈 앞에 선 한 낯선 남자가 황당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 보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두 팔이 그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어머! 죄송해요." 화들짝 놀라 남자에게서 멀어졌다. "아. 네. 뭐. 괜찮습니다. 근데, 구두가 엘리베이터에..." 남자 역시도 몹시 당황한 듯 끝말을 흐렸다. 뒤를 돌아보니 어제 산 강렬한 컬러의 구두 한 쪽이 엘리베이터 틈 사이에 꽉 껴 있었다. 어제 저녁 지은의 눈과 마음을 홀렸던 너무도 탐났던 파란구두. 오늘아침, 기분좋게 신고 나왔던 그 구두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조금 헐렁한 감은 있었지만, 색깔도, 디자인도, 신발 굽 높이까지. 모처럼 세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신발이었다. 문제라면 지은에게 딱 맞는 크기가 없었던 게 흠이었다. 구두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기를 수차례. 결국 이 정도, 살짝 큰 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자기최면을 걸었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산 파란구두였는데. "하아. 죄송한데. 열림버튼 좀 눌러 주시겠어요?" 이 어이없고 민망한 상황에 남자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부탁을 했다. 그래도 저 남자 한 명 뿐이니, 불행 중 다행이다 싶었다. "아. 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한쪽 발에는 파란구두를 신고, 한쪽은 맨발이 된채 어정쩡한 자세가 되어 엘리베이터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제 등 뒤로 남자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아. 이게 웬 망신이야?' 한시라도 빨리 벗겨진 구두 한 쪽을 꺼내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 했지만, 조그만 틈에 그야말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꽉 끼어버린 구두는 제 마음과 달리 쉽사리 빠지질 않았다. "버튼 누르고 계시면 제가 해 볼게요." 보다 못한 남자의 목소리가 제 등뒤에서 들려왔다. "아. 죄송하지만 부탁 좀 드릴게요." 우물쭈물 일어난 지은이 뒤로 물러나며 열림버튼을 꾹 눌렀다. 지은을 대신해 구두를 문틈에서 빼낸 남자는 지은 발 앞에 무릎을 세워 앉고는 구두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신어요." "아. 네. 버튼 좀 잡아주시면...." "아! 제가 누를게요." 그제야 무릎을 세워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서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을 눌렀다. "몇 층 가세요?" "5층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한껏 숙인채 신발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어제 자신의 눈과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던 그 파란구두였는데... 지금은 전혀 예뻐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제 발 아래에서 저 자신을 놀려대는 것 같기만 했다. "하아" 옅은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구두를 신고는 최대한 남자와 거리를 둔 채 섰다.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엘리베이터 안, 5층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7층 버튼에도 불 하나가 환히 들어와 있었다. 지하 3층에서 5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길이 이렇게 길었던가. 마치 1초가 1시간인 듯 거북이 걸음마냥 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 띵~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기 무섭게 인사를 건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 그 주변을 벗어났다. *****  카페 아다지오 "지은아! 여기!" 저 멀리 창가쪽으로 오늘 지은이 이 쇼핑몰을 찾아야 했던 이유, 연수가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보였다. "어, 연수야!" 지은도 손을 들어보이고는 연수가 앉은 테이블로 가 털썩 주저앉았다. "너 왜 이렇게 늦었어? 아까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했잖아?" "하아. 정말 망신, 망신, 이런 개망신이 없다." 좀 전의 웃지못할 상황이 떠올라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뭐가?" "나 급하게 엘리베이터 타다가 구두가 엘리베이터 틈에 껴버렸어." "뭐? 다치지는 않았어?" "다친 게 대수냐? 오히려 다치는게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생전 처음보는 남자 품에 그냥. 아우. 아니다. 말을 말자. 연수야 그냥 오늘 하루 나의 평화를 빌어줘." 그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남자 품에? 헉, 뭐야? 너 설마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남자한테 안긴거야?"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깔 넘어가는 연수는 박수까지 쳐 대며 아주 신이 났다. "얘. 얘. 얘는 안기긴 누가? 어쩌다 보니 상황이 그렇게 된거지. 아휴. 정말. 아주 신이 났네. 신이 났어. 그렇게 좋냐? 친구는 아침부터 망신이라는 망신은 다 당하고 왔는데." 연수를 보며 눈을 흘겼다. "어쩜 그런 일이 다 있냐? 엘리베이터에 사람들 많았어?" "후우.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건 나랑 그 남자 뿐이었다는 거야." "어우 야~! 그럼 네 그 흉한 모습을 그 남자는 다 본 거야? 큭큭큭. 무슨 시트콤도 아니고. 아침부터 그 남자도 웃겨 혼 났겠다. 그래서 그 남자는 뭐래?" "아. 뭐라긴 뭐래,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지. 얼마나 꽉 껴버린건지 내 힘으로는 어떨 도리가 없어서 손수 구두도 빼 주셨어." 목이 타는 모양인지, 연수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대박! 하하하. 어, 이거 너 어제 샀다는 그 구두야?" 너무 웃겨 어찌할 줄을 몰라하던 연수가 지은의 파란구두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응. 예쁘지?" 보란 듯 연수 앞으로 발을 뻗어 보인다. 그래도 다시 보니 사긴 잘했다 싶었다. "오우. 아주 강렬한 파랑인데. 잘은 몰라도 그 사람은 이 구두만 봐도 넌줄 알겠다. 그 황당한 엘리베이터의 여자. 큭큭큭.." "죽을래? 아. 몰라. 사무실로 간다니까 괜히 여기서 보자고 해 가지고." 어차피 사무실로 갔어도 그 엘리베이터를 타긴 타야 했을테지만, 남탓이라도 하고 싶었다. "기집애, 지가 실수 하고서는 왜 애먼 나한테 난리야? 그건 그렇고, 왠지 운명같은 그 남자는? 젊어?" "아. 몰라. 키는 무지하게 커보이더라. 너 같으면 그 상황에서 얼굴이 보이겠냐?" "안 보일 건 또 뭐야? 아, 웃겨. 한지은 오늘 밤에 잠은 다 잤네. 너 오늘 자려고 누워있으면 막 생각 날 거야.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아휴, 그것 뿐일까. 엘리베이터의 엘자만 들어도 떠오를텐데. 우리 지은이 어떡하냐?" "야! 이제 그만해." 연수의 놀림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근데 너도 넌데, 그 남자도 아침에 날벼락 제대로 맞았겠다. 큭큭큭" "내가 알게 뭐야. 얼굴도 모르는데. 됐고! 그래서 엄마, 아빠 예약은 완료된 거지?" "응. 티켓팅 한 거 이메일로 보냈어. 이건 혹시 몰라 프린트 했는데. 엄마, 아빠 이름이랑 생년월일 한 번 더 확인해 봐. 커피 뭐 마실래? 아침부터 오느라 고생했어. 오늘 커피는 이 언니가 쏜다!" 연수가 인쇄된 자료를 지은에게 건넸다. "언니는 무슨. 당연한 거 아냐? 나 아이스라떼. 휴우. 덥다 더워!" 손 부채질까지 해대며 지은이 서류를 확인하는 동안 연수는 음료를 주문해 왔다. "고마워! 잘 마실게" 제 사랑, 라떼를 건네 받으며 환하게 웃는 지은이다. "맞아? 나도 실수없이 하려고 여러 번 확인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다 맞아. 너가 어련히 확인했을까." "오늘도 저희 여행사를 이용해주신 고객님 감사드립니다." 자리에 앉다말고 연수가 깍듯이도 인사를 했다. "쳇, 이럴 때만 고객님이다." 연수의 기분좋은 장난에 지은도 흘겨 보다가는 환한웃음을 머금었다. "아주 우리 지은이는 효녀야 효녀! 아저씨, 아주머니, 정말 좋아하시겠다." "그러게. 어쩌다보니 이렇게 두 분 여행 보내 드리는 건 처음이더라고." 지은이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게 참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 나도 혼자서는 그렇게 나돌아 다녔으면서 정작 엄마, 아빠 보내드린 건 몇 번 안돼. 그나마도 이렇게 여행사나 하니까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보내 드리는 거지, 뭐. 쉬운 일 아니야. "암튼 덕분에 고마워. 아야!" 지은이 라떼를 마시다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왜? 어디 아파? 너 아까, 넘어질때 발목이라도 접지른 거 아냐?" 깜짝놀란 얼굴로 지은의 다리를 살폈다. "아, 쓰읍. 아니야. 사랑니가 나는지 어제 밤부터 너무 아프네." "사랑니? 나이 서른이 다 넘어서? 에효. 많이 아프면 여기 윗층에 치과있어. 갔다가 가." "그래? 인터뷰까지 시간 있으니까 잠깐 들렀다 가야겠다. 너 이제 그만 가봐야지?" 지은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나도 오랫만에 밖에서 커피 한 잔 같이 하고 가려고 했는데. 벌써 10분 전이다. 나 내려가 볼게." 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연수는 주섬주섬 가방과 외투를 챙겨 일어났다. 지은과 연수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한 아주 오래된 친구였다. 여행을 좋아해 여행작가가 꿈이었던 연수는 벌써 세 번의 여행에세이집을 출간했고, 현재 작은 북카페 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다. ***** "하아! 어린이 치과였어?" 치과 팻말를 보고 망설이던 지은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저기, 혹시 어른도 진료 볼 수 있나요?" "그럼요. 진료가능해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사랑니가 나는 것 같아요. 어금니 뒤쪽으로 잇몸도 아프고, 어제 밤 부터는 통증이 더 심해졌어요." "아, 그러시구나. 첫 진료니까 여기 서류작업 부탁드릴게요."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는 종이를 건넸다. "네, 고맙습니다. 혹시 많이 기다려야 할까요?" 지은이 병원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둘러봤다. "아뇨. 10분~15분 정도 후에 진료 보실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서류작업을 끝낸 지은은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들이 놀이방에서 노는 걸 보며 차례를 기다렸다. ***** "잠깐 계세요. 선생님 금방 오실거에요." "네." "한지은님?" 잠시 후,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왼쪽 아래쪽이 불편하시다고요?" "네. 어제 밤부터 그러네요. 잇몸도 부은 것 같고요." "일단 볼 게요. 아~ 해 주세요." 지은은 불빛에 눈이 부셔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보니까, 통증이 꽤 심했겠는데요. 염증 때문에 잇몸이 많이 부어 있어요. 일단 염증부터 가라앉힌 다음에 발치하면 될것 같습니다." "꼭 뽑아야 할까요?" "염증이 가라앉았다가도 몸이 힘들거나 하면 통증이 이어질 수도 있어요. 발치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오늘은 염증치료부터 하시고, 돌아가실 때 진통제 처방해 드릴테니까 드시면서 가글하시고 얼음찜질 해 주시면 통증은 금방 사라질 거에요. 그리고 이틀 후에 다시 내원하셔서 상태 확인하고 발치예약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염증 주변으로 치석 제거부터 할게요." "네." 치석제거를 하는 동안 지은은 얼굴을 찌푸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몇 해 전부터 사랑니가 올라오는 것 같다가도 괜찮아지기를 반복해서 차일피일 미뤄왔던건데, 의사 말대로 염증을 더 키운 건 아닐까 싶었다. "조금 아프시더라도 참으세요." "네." "거의 다 돼 갑니다." '어린이 치과라 그런가 되게 친절하네.' 차분한 목소리가 지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네. 치료 끝났습니다. 소염제랑 진통제 드시고 이틀 후에 뵈요." "감사합니다." 눈을 뜬 지은은 그제야 처음으로 의사 얼굴을 보며 인사를 했다. "우리 또 보네요. 근데 발목은 괜찮습니까? 아까 내릴 때 보니까 불편한 것 같던데요." 왠지 저를 보며 웃는 듯한 눈빛의 의사가 마스크를 내리며 말했다.  '헉! 설마!' 감짝놀라 커진 눈이 제 앞에 선 남자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마치 그 눈이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신이 오늘 아침에 한 일을 모두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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