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엽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
"아, 아니 괜찮아요."
강원산은 이마를 찡긋하며 얼굴에는 미소를 지었지만 내심 불안하여 강일성의 소매를 잡으면서 "가 보자."라고 말했다.
효 도련님이 왜 강허의 베란다에 나타났지?!
강유를 찾으려다가 방을 잘못 찾았어? 그런데 방금 로비에서 그를 못 봤는데?
강일성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즉시 성큼성큼 거실로 걸어갔다. 손에 든 술잔은 집사에게 던져졌고 잔에 든 와인은 집사의 온몸을 적셨다.
집사: "..."
아우! 그가 새로 산 연미복!
왕설화와 강유는 거실에서 오늘 나타난 귀공자 몇 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유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줄곧 효 도련님만 손꼽아 기다렸다. 강 할아버지가 직접 청첩장을 건넸기에 효 도련님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기다려도 효 도련님은 안 나타났고 케이크를 자르려고 할 때쯤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모녀는 함께 나와 진가엽이 이마를 감싸고 누가 자기를 해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다.
강유는 며칠 전에 잘못을 저질렀고 지금은 또 그녀의 생일 연회이기에 실수하면 안 됐다, 단지 이 진가엽이 올라가서 제대로 조사하고 강허의 짓이라는 것을 조사해 냈으면 한다.
그녀는 오늘 밤에 방에 있으니까!
어쨌든, 위층에는 그녀 혼자만 있었고 그에게 덮어씌우기만 하면, 이 바보는 폭력이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가 감히 그녀에게 더 접근하겠는가!
지난번 연회를 생각하면 그녀는 지금까지 이해가 안 간다, 여색에 가까이하지 않는 효 도련님이 어떻게 갑자기 바보 한 명을 집까지 바래다줄 수 있는지, 설마 효 도련님도 바보가 된 건 아닌지?
그녀가 효 도련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고 가슴은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효 도련님이 어떻게 바보 베란다에 나타났지!?
강원산은 웃으며 수습을 했다.
"자, 이제 괜찮아요. 케이크를 자르겠습니다. 모두 들어가요."
"좋아요, 좋아요!"
사람들은 그만 들어가려고 할 때, 그중 어떤 한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베란다를 보더니 바보처럼 물었다.
"잠깐만, 저기가 강 씨 아가씨의 베란다야?!"
"아가씨는 저기에 서 있지 않습니까?"
어떤 손님이 멀지 않은 곳에 흰색 투피스를 입고 의아한 표정으로 서있는 강유를 가리켰다. 반짝반짝 빛나는 공주관까지 쓴 그녀는 창백한 얼굴이 더욱 초라해보였다.
"아마도, 둘째 아가씨의 베란다일 것이야."
군중 속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
"???"
"!!!"
모든 사람들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다시 이구동성으로 말을 더듬었다.
"그 그 바보?!!!"
"지난번 연회에서 효 도련님이 그 바보를 집에 데려다주었잖아".
"그 일은 나도 들었어, 나는 안 믿었지!"
"효 도련님은 저기가 바보의 베란다라는 것을 틀림없이 모를 것이다!"
"맞아, 맞아!"
이층 베란다에서 연정효는 몸을 돌려 강허를 향해 다가갔다.
밤의 장막 속에서 그녀는 핑크색 토끼잠옷을 입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의 피부는 마치 양지옥처럼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핑크색 빛깔을 띄는 것 같았다. 맑고 검은 눈동자로 그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눈빛에는 믿기지 않는 의아함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그녀를 한번 또 한 번 물과 불에서 구해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매우 깨끗하고 감정도 숨김없이 솔직하여 저렇게 기쁨에 찬 눈빛으로 연정효를 쳐다보는데 그의 마음은 고양이에 살짝 할퀸 것처럼 간지러웠다.
그는 몸을 낮추고 시선을 그녀와 나란히 한 후 갑자기 손을 뻗어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힘껏 꼬집었다.
강허는 통증을 참으며 뒤로 물러나 얼굴을 비비더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게 올라왔어요?"
방금 효 도련님이 그녀에게 한 동작이 얼마나 친밀한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연정효는 일어서서 담배를 꺼내 입술에 대는 순간, 갑자기 멈췄다, 손끝에는 아직 우유 향기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내려앉아 그녀의 목으로 다가가 자세히 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