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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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개 지역 모두 현지용역들은 경찰이 전부 데리고 갔고 사무실은 경찰들이 아직 정리 중이라고 합니다. 강령하고 서울사무실은 우리 직원들이 눈에 보이는 서류는 전부 박스에 담아 그대로 밀봉해서 차량에 바로 싣고 있다고 합니다. 강령하고 서울 용역들은 경찰서로 전부 데리고 갔지만 현장 책임자들은 여기 벙커로 데리고 오는 중 입니다” “벙커에 도착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까?” “강령 차량은 이십분 후면 도착합니다” “전필용은 지금 어디 있어?” “점심에 문도 열지 않은 클럽에 혼자 들어갔는데, 뒤이어 중년남자 한 명도 클럽으로 들어가는 것이 이상해서 손님 얼굴사진을 찍어 경찰에 신원확인 요청을 했더니 노상규라고 합니다" “대낮에 클럽이라..” “손님이 클럽에 들어가고 두 시간이 지나서 노상규가 먼저 밖으로 나왔고 십분 뒤에 나온 전필용은 카지노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카지노에 확인하니 개인 룸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전필용이 만났다는 노상규는 누구야?” “경화화학대표로 차기 회장예정자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 경화화학이라고 하니 얼굴이 생각나네. 나이든 남자 둘이 문도 열지 않은 클럽에서 은밀히 만났다면 뭔가 캥기는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니 노상규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둘 관계도 제대로 파도록 해” “알겠습니다” “강령하고 서울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서류는 메모지 한장까지도 복사하고 벙커로 가지고 오면 순길이 네가 직접 확인해” “네” “충재야” “네!” “최두식전무님한테 지금 당장 카지노로 오시라고 연락하고, 카지노에는 내가 맡겨 놓은 것 중 다섯 장만 칩으로 바꿔 놓으라고 연락해” “알겠습니다” “나는 전무님이랑 카지노에서 만나서 새벽에 돌아올 테니까 잡혀온 놈들은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주지 말고 독방에 넣어둬” 벙커로 잡아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말에 순길이 되물었고 우빈은 자신이 시작한 일이니 자신이 직접 심문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책임자를 직접 대면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이번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뒤에만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후계자로 확정된 상태도 아닌데 모습을 드러내는 건 위험하니 제가 만나겠습니다” “전필용 무서워서 피할 거 같았으면 시작도 안했어” “저희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표적이 될 필요는 없으니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순길이 형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꽤 단단히 준비하고는 있지만 전필용이 규모로 밀어 붙이면 이긴다고 해도 출혈이 너무 큽니다” “블랙을 맡은 지 십년이 넘었고 조직생활은 삼십 년이 넘어 닳고 닳은 늙은 승냥이야. 경찰에 잡혀간 놈들 중 몇 사람만 거치면 내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주일 내에 배후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낼 수 있는 늙은이야. 그러니 아닌 척하고 숨어 있는 것보다 초장에 기선 제압하는 게 유리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보니 다른 계획도 세워놓으신 듯한데 말씀해주세요. 지금 도련님한테 문제 생기면 회장님이 문제가 아니라 이사장님이 성원재에서 뛰쳐나오실 겁니다” “나 내 목숨 담보로 그렇게 무모한 일 하는 사람 아니야” “도련님 자신은 모르시겠지만 엄청 무모하고 가끔씩 아주 즉흥적인 결정도 상당히 하십니다” “일년 동안 들을 잔소리 지금 다 들었어” 일년 동안 들을 잔소리를 사무실에서 한꺼번에 들었다며 도련님이 말을 끊는 것은 그만하라는 신호이기에 순길도 입을 다물었다. “전무님이랑 카지노에서 만나면 전필용이랑 게임 하면서 돈 좀 잃어주다가 강령 나한테 넘기라고 거래 할거야” 하루 밤 사이에 이벤트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그것도 정면으로 부딪히면 대형사고가 될 엄청난 이벤트를 하겠다는 말에 순길은 제가 모시는 도련님이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전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전필용과 거래할 카드는 있으십니까?” “아주 비싼 카드 가지고 있잖아, 십년 전 일!” “그때 일을 알고 있다는 걸 밝히시려고 하는 겁니까?” “언젠가 큰 거래에 한번은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비밀로 묻어뒀는데 이번에 써먹어야겠어” “그러면 회장님이나 이사장님도 알게 될 텐데 괜찮겠습니까!” “회장님이 아는 건 상관없지만 어머니는 모르게 할거야. 전필용이야 그 일을 회장님이 끝까지 몰랐으면 할 테니 입을 함부로 놀리지는 않을 거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회장님이 블랙아미의 진짜 주인이라고는 하나 전필용이 장악한지 오래니 힘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늙은이가 가지고 있는 걸 하나씩 뺏으면서 자금을 말리고 팔다리를 자를 거야. 오늘 강령을 받아내는 건 팔다리를 자르고 판을 흔들기 위한 시작에 불과해” “그렇게까지 생각하셨으면서 왜 미리 말씀 안하셨습니까!” “최순길 설득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내기 보다 일단 저지르고 잔소리 듣는 게 났다는 생각했어. 그러니 걱정 그만하고 서류 도착하면 살펴보면서 현장보고 받고 있다가 자정 삼십분 전에 블랙클럽근처로 가서 대기하고 있어” “기장이 많이 흔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강령클럽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원들은 만만하게 볼 사람들 아닙니다” “알고 있어. 그래서 골드볼 성진우이사한테 강령에 있는 직원들 소집하라고 얘기해 뒀으니 시간 맞춰서 현장에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블랙클럽 접수는 네가 직접 지휘해” 전투력이 만랩인 도련님답게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길은 머리가 저절로 저어졌지만 이미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바로 수긍했다. “블랙뿐만 아니라 PA 근간이 강령인데 그렇게 쉽게 넘기겠습니까?” “강령을 그저 정통성을 상징하는 장소로만 생각하고 있는데다, 지역 사업장에 신경도 쓰지 않아서 매출이 매년 꼴등인데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거 모르는 블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야. 거기다 내가 내민 카드 때문에라도 회장님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떨어지고 싶을 테니 말로는 아깝다고 해도 아쉬워하지 않을 거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려는 도련님 모습에 순길은 말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 벙커를 나와 최고속도로 카지노로 향한 우빈은 카지노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운영기획팀장에게 짧게 메시지를 남기고 곧장 회장실로 향했다. 자신이 건넨 경고가 무서워서였는지 호텔생활이 지겨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생활을 청산하고 성원재로 들어가겠다며 변종현실장을 통해 어머니에게 연락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빈은 주인 없는 사무실에서 최두식전무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바닷바람 맞으며 낚시를 하려고 짐을 챙겨 바다로 향하던 최두식은 카지노로 와 달라는 우빈의 전언을 전하는 순길의 전화를 받고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달리던 차를 돌려 카지노로 향했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뛰듯이 걸어온 최두식전무가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사무실로 들어오자 우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뛰어오실 것 같지 없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오셨어요” “카지노로 오라고 하니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얼른 오느라 조금 빨리 걸었어” “갑자기 연락 드려서 죄송해요. 의상을 보니 낚시하러 가시던 길이었나 봅니다” “어.. 아" 급하게 오느라 의상이 카지노에 들어갈 옷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최두식은 멋쩍게 웃었다. "오랜만에 바다 바람 좀 쐬려고 했다가 급하게 오느라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네” “개인시간을 뺏어서 죄송해요. 옷은 비서실에 얘기해서 준비하라고 할게요” “개인시간을 버릴 만큼 특별한 일이 있을 듯해 왔는데, 내 예상이 맞아?” 최두식전무 말에 짧은 미소를 지어 보인 우빈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오늘 저를 좀 도와 주셨으면 해요”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전필용이 여기서 혼자 게임 중이라고 하는데 저랑 같이 가셔서 돈을 잃어 주시면 됩니다” “하하하, 내가 돈을 잃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오늘 게임은 저나 전무님이 돈을 따면 안되는 일이라서요” “돈을 잃어주는 거야 문제없지만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이랑 한 테이블에서 앉아도 괜찮겠어?”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면 눈감고라도 해야죠” “패기 있어 좋네. 하고 싶은 일이 뭐길래 전필용을 만나려고 하는 거야?” “오늘 강령 제가 접수합니다” “블랙 본거지인 강령을 접수한다는 말이야?” “네” 망설임 없이 답하는 우빈을 보며 최두식은 다시 한번 놀랐다. “어떻게 하려고?” “카지노직원들한테 전무님이 저랑 놀러 왔다고 전필용 귀에 들어가게 만들라고 했어요. 회장님이라면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숨기려고 하겠지만 전무님이 저를 데리고 왔다고 하면 자신이 게임하고 있는 룸으로 초대 할 거에요” “허어~ 그래서” “전무님은 제가 말 한마디로 강령을 받아내는 걸 지켜보시면서 나중에 증인만 돼 주시면 돼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회장님한테 얘기는 한 거야?” “깜짝 선물을 주는 건 제가 알아서 하기로 했으니까 회장님은 알면 안돼요. 전무님은 증인으로 필요해서 모신 거에요. 무엇보다 이번 일을 제가 직접 처리하려는 이유는 늙은이를 지지하지 않는 조직원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관심을 갖게 만들려는 이유가 가장 커요” “그 말인즉슨 오늘 일로 후계자로서 이름을 알리는 첫 걸음이라는 뜻이구나!” “맞습니다” “회장님이랑 셋이 이야기할 때 혹시나 했었는데 행보가 빨라졌구나” “예상치 못하게 꼬리를 제대로 밟은 바람에 속도가 붙기도 했고, 지난 번에 전무님 얘기 듣고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깨우치니 쓸데없이 시간 끌 필요 없을 것 같더라구요” “잘 생각했어. 뭐든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전필용이 3번 VIP 룸에서 게임 중이라는 충재 보고를 받은 우빈은 최두식과 함께 회장실을 나와 게임장으로 향했다. 딜러와 일대일 바카라 게임을 하다 혼자 노는 것이 따분해졌던 전필용은 최두식전무가 PA 도련님을 모시고 카지노 게임장에 놀러 왔다는 직원들 이야기를 듣고는 우빈의 예상대로 자신을 모시는 비서를 보내 두 사람을 게임 룸으로 초대했다. PA 최고 브이아이피인 도련님이 룸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직원들과 달리 전필용은 테이블 의자에 앉아 도련님과 최두식전무를 반하대 하며 인사를 건넸다. “최 전무 오랜만이에요. 우빈이도 오랜만이구나” “지난주에도 카지노에서 뵀던 것 같은데 오늘도 카지노에 계신걸 보니 자주 오시나 봅니다” “나이 들었으니 일은 능력 있는 직원들한테 맡기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끝나면 여기로 출근해서 시간 보내는 게 요즘 낙입니다” “적당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관리만 잘한다면야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우빈이는 방학해서 내려 왔나 보구나” “네, 오랜만에 내려 와서 전무님이랑 시간 좀 보내려고 왔는데 초대를 받게 됐네요” 전필용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 자리 건너 우빈이 앉자 최두식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우빈이는 원하면 언제든지 놀러 올 수 있는데 왜 안 오니! 시간 날 때마다 놀러 다니면서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봐둬야 나중에 도움이 될 텐데. 그리고 남자라면 이런 데서 놀면서 돈도 써보고 그래야 해” “저는 돈을 쓰는 것보다 버는 쪽을 선호합니다” “역시나 회장님 아들답네. 그나저나 우빈이는 왜 회장님보다 최두식전무랑 노는 거야? 회장님이랑 같이 다니면 배우는 게 많을 텐데” 도련님과 최두식전무가 자리에 앉자 카지노 직원들은 테이블 위에 칩 박스와 위스키가 담긴 술잔을 두 사람 앞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아시다시피 회장님이 그다지 재미있는 아버지가 아니라서요. 그리고 어른하고 놀더라도 놀 때는 한살이라도 젊은 사람이랑 놀아야 세대차이를 덜 느끼죠” 전필용과 우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최두식은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딜러에게 카드를 섞으라고 신호를 보냈고 전무님 지시에 따라 딜러는 제 앞에 놓여져 있는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딜러가 카드를 섞기 시작하자 우빈에게 향해있던 전필용 시선도 딜러에게 돌아갔다. 가벼운 말에도 가시가 달려 편치 않은 분위기에 최두식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내려 놓으며 우빈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현란하게 움직이는 딜러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 최윤희실장 안내를 받으며 성원재 내부를 둘러 본 초희는 제가 지낼 방으로 돌아왔다. 다섯 가족이 함께 살던 집만큼 넓은 방에 예쁜 옷장과 큰 책상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이 자도 될 만큼 넓은 침대와 작은 테이블과 소파까지 호텔리조트에서 봤던 객실처럼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자신이 지낼 방을 둘러 본 초희는 침대 끝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나 잘 도착했어. 집에는 돈 빌려준 아저씨 말고 가족들도 같이 살고 있어. 모두 좋은 분들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제가 성원재를 둘러보는 사이 이곳 직원 분들이 제가 들고 온 책은 책장에 정리했고 옷들과 소지품들은 방안에 있는 서랍에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책상 연필꽂이에는 색색의 사이펜과 볼펜 그리고 연필과 샤프에 이르기까지 공부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도 정리되어 있었다. 제가 메고 온 가방을 연 초희는 노트와 문제집을 꺼내 책상의자에 앉았다. 예습을 많이 해 둬야 고등학교에서 진도를 어렵지 않게 따라 갈 거라며 중학교 삼학년 담임 선생님이 졸업선물로 준 문제집이었다. 선물 받은 지 한참 지났지만 공부에는 신경 쓸 환경이 아니었기에 한번도 열어보지 못한 책을 이제야 시간이 생겨 볼 수 있게 되었다. 회장님이 성원재로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은 여진은 일층 게스트 룸 하나를 정리하라고 일렀다. 별채를 내어주려 했다가 아무도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 곳을 내어주면 프라이빗 한 자신만의 공간이 사라지기에 본채 게스트 룸을 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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