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라의 설치 작품들이 마침내 한남 더 힐 30층 밖으로 옮겨졌다. 작품 이전은, 3년 3개월간 켜켜이 쌓인 먼지가 털어진 후,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춰 엄숙하고 장엄하게 진행되었다. 크레인과 지게차를 이용해 내려진 작품들이 특별히 마련된 대형 트럭에 실려 정애라의 유골이 안치된 용인 추모 공원으로 향했다. 납골함 앞에서 묵념하고, 아영은 준비해 온 국화를 화병에 꽂아 정애라의 사진 앞에 놓았다. "애라 씨, 이제 높이 날아가세요.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짧은 묵상과 함께 명복을 빌고, 아영은 고개를 들었다. 봉안당 유리에 비친 찬혁의 얼굴이 착잡해 보였다. 내내 말없이 뒤에 서있던 찬혁이 아영의 어깨를 감쌌다. 아영은 유리에 어린 찬혁과 눈을 맞췄다. "애라 씨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했어." 미안하다고. "애라 씨가 고마워 할 거야. 너무." 찬혁은 아영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래. 그만 나갈까?" 김 실장이 봉안당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정애라 씨 작품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영아, 가자." "응." 주차장 옆 공터 자리에 작은 공원이 조성되었다. 오솔길이 생기고, 길 중간중간에 벤치도 놓였다. 허허벌판이던 공원 둘레에 울타리처럼 나무를 심어 아늑함마저 느껴졌다. 잔디밭 군데군데 정애라의 설치 작 다섯 점이 서 있었다. 찬혁은 아영과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닐며 작품을 감상했다. "여기 공원 너무 예쁘다. 문상객들이 좋아할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