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울 자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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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가 위협인 사람이 소파 상석에 거만하게 앉아 시커먼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집무실 공기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   놀란 가슴에 소리부터 질러 놓고 제풀에 놀라, 한 실장이 다음 말을 더듬댔다.   "뭐, 뭐하시냐고요, 여기…. 남의 방에서, 아니, 남의 갤러리에 이렇게 무단으로 막…."   "앉아요."   찬혁이 턱 짓으로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이 무심하게 까딱 움직였다.   순간 한 실장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비상구 앞 복도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날, 모퉁이를 돌아 나오던 냉혈한의 얼굴을 지금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한 실장은 지체없이 찬혁이 지정해준 소파에 앉았다.   '뭐야 저 인간! 왜 온 거지? 대식이가 한 짓을 알고 온 거야? 설마! 아니야…. 알았다면 벌써 일내고도 남았을 위인이야.'   땀이 배어 나오는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짐짓 태연한 체하느라 손바닥을 가볍게 부딪치며, 한 실장은 찬혁의 얼굴을 쳐다보기 전, 그 찰나의 순간에 머리를 팽팽 굴렸다.   '알아서 와주고, 차라리 잘됐잖아! 위약금이나 처리해야겠어. 그 돈이 이 사람한테 돈이나 되겠어? 기껏 몇 푼일 텐데. 제 여자 뒤치다꺼리하는데 기꺼이 주머니 열 사람인 건 말해 뭐하겠어.'   마침내 한 실장은 기선을 제압할 첫 마디를 꺼냈다.   "신 작가 작품을 다 떼어 갔더군요."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찬혁의 안색을 빠르게 살피고는, 한 실장이 기회를 놓칠세라 속사포처럼 뒷말을 이어 붙였다.   "이제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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