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가 안 먹히는 여자였다. 집들이 제대로 해주겠다고, 어느 방에서 비명 질러대는지 보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뭐하나. 달팽이관을 녹일 기세로 시뻘건 악마의 색정을 속삭여가며 혼자 또 변태 새끼처럼 설레발을 쳤다. 아영의 한계는 라면 곱배기. 딱 거기까지였다. "아영아. 아영…." "......" "불 질러 놓고 자는 건 신종 고문이냐. 돌겠네. 진짜." 벽까지 밀려나다 넘어져 길게 누운 이젤과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캔버스를 발로 살살 밀쳐 내가며 찬혁은 잠든 아영을 안고 작업실을 나와 침실로 돌아와야 했다. 침대에 뉘어놓고, 저 혼자 달콤한 잠에 빠져 있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반성이 일었다. 애초에 라면 곱배기라고 정한 게 잘못이었나. 살다 살다 별 잡스러운 뉘우침에 빠져들게 하는, 참 희한한 여자다. 가녀린 몸 위에 앙증맞게 돋은 살점 하나하나에 흥분해, 저 혼자 발정 난 개처럼 동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느라 제풀에 지쳐 눈이 감기게 만드는, 피곤한 여자였다. 상념 끝에 입매가 픽 시크하게 휘었다. 살점의 잔영을 마저 털어내려, 찬혁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해안 도로를 따라 펼쳐진 동해가 푸르고 눈부셨다. 창창한 제 앞날 같은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자니, 거만함이 가슴에 파도처럼 너울댔다. 센 놈으로 난 걸 어쩌라고. 누가 묻기라도 했는지. 맥락 없는 답을 해놓고, 그는 특유의 중2병 도진 우쭐한 얼굴을 하고 시계를 척 들여다보았다. 9시. '아직인가.' 한대식이 의식을 되찾았으면 피의자 조사가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밤부터 성호의 연락을 기다렸다. 연락이 올 때가 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