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봐요! 저 여자, 방금 보라색 드레스 입고 저리로 들어간 그 여자가 내 후배라니까요? 신아영!” 연회장으로 들어가려던 여자가 경호원 두 명에게 양팔을 붙들려 밖으로 끌려 나왔다. 연회장 입구에서 귀빈을 맞이하던 호텔 관계자가 정중히 다가섰다. “초대장 보여주시겠습니까?” “선후배 사이에 무슨 초대장이 필요해요? 쟤가 내 밑에서 보조로 일하던 동생이라니까?” “죄송합니다만, 초대장이 없으면 입장 불가입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가? 가라니! 캐나다에서 온 사람보고 가라니! 당신, 실수하는 거야! 가서 전해! 백경아가 왔다고 전하라고!” 백경아는 일단 큰 소리부터 지르고 보기로 했다. 착해 빠져 이용해먹기 좋은 것도 딱 인데, 무슨 연민이 그리 많은지, 눈물 몇 방울로도 발목 잡아 주저앉히기 쉬웠던 여자가 바로 신아영이었다. “이거 놓고, 가서 전하라니까?” 보증금을 받아 챙기는 대신 한국을 떠나기로 채리나와 각서를 쓰고 벤쿠버로 날아갔지만, 미술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먹고 살기도 힘든 곳이 캐나다였다. 당장은 들고 온 돈 믿고 갤러리 관장 경력을 거들먹거리며 겉치레에 치중하고 살 수 있었지만, 외국 생활에 들어오는 돈 없이 밑천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 그만 나가주십시오. 모시고 나가세요.” “소란은 당신들이 피우고 있는데? 돈 달라고 가서 전해! 내 돈만 받으면 조용히 물러간다니까, 글쎄?” 백경아는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불과 얼마 못 버티고 모텔을 전전하던 중, ‘월간 아트’에 실린 아영의 특별전 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