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하기는. 자식." 찬혁은 휴대폰을 재킷 안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는 아영의 순진한 모습이 눈에 선해 픽 웃음이 일었다. 폭주하려고 이제 막 시동 거는 사람 성기능 저하라도 일으키려고 작정했는지, 탐미주의 운운 해가며 고차원적인 예술의 진수를 보여줄 것처럼 갖은 고상을 떨더니, 성난 몸 끝에 이를 박아 넣고 동그란 눈으로 올려다 봐? 차아.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좀체 획일화 시킬 수 없는 아영의 행동방향은 시시각각 찬혁을 열에 들뜨게 만들었다. 한 여자를 십년 동안 미친놈처럼 찾아 헤매게 내몰았던 열병이 그녀를 만나고 자연 치유 되기는커녕, 점점 더 거센 열증으로 폭발하고 있었다. "얜 대체 뭐지?" 도리에 살고 도리에 죽으려는 올곧은 똥고집만큼이나 놀라운 뚝심의 소유자라, 버티기 한판승은 거뜬히 해버리고도 남을 여자가, 어릿광대도 울고 갈 되지도 않은 엉덩이춤으로 사람 혼을 쏙 빼놓질 않나. 벽에 머리를 박고 펜 끝에 온 정신을 집중하던 예술혼을 넋 놓고 보게 만들더니, 바텐더로 빙의라도 했는지, 물감 통을 현란하게 흔들어 젖히는 몰아의 예술 경지로 헛웃음을 자아내는 엉뚱함까지. 두루두루 경이롭기 그지없는 여자가 온몸에 물감을 떡칠하고 새빨간 교성을 질러대는 통에 이성을 잃어버린 걸 생각하면 진짜. 순진하기 그지없는 맹한 얼굴로 뿌리를 움켜쥐고 끝을 물어 버리던 천연덕스러움은 정말이지. 나열하다 호흡 곤란이 올 정도로 다채로운 여자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내가 너 때문에 미쳐 안 미쳐." 과부하가 걸려 머리가 터질 만도 하지. 후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