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예. 뭐죠?"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민 대표는 퇴근하려고 챙겨 들었던 다크 블루 레더 브리프 케이스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손님?" "예. 서울경찰청 양성호 경위라고 하십니다." 책상 위에 각 잡아 쌓아 올린 파일 끝에 가죽 케이스 끝을 반듯하게 맞추던 민 대표의 손이 우뚝 멈췄다. 양성호. 모르는 이름이다. 하물며 경찰청. 민 대표는 서늘해지는 이마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약속 잡아주고 다시 오라고 하세요. 앞으로는 약속 없이 오는 사람은 무조건 돌려보내고." "예. 알겠습니다." 아래층이 정리될 때까지 잠시 기다릴 셈으로 민 대표는 자리에 앉았다. 곧 다시 인터폰이 울렸다. 민 대표의 미간이 신경질적으로 모였다. "또 뭐지?" "아. 네. 대표님. 이분이 대표님 내려오실 때까지 로비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드리라고 해서요…." "올려보내세요." "예! 알겠습니다. 손님. 올라가십시오. 5층, 엘리베이터 내리시면 좌측 복도 맨 끝 방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중앙 홀인지, 원형의 넓은 공간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천정까지 둥글게 뻥 뚫린 게, 예술에 문외한인 성호의 눈에도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 같아 보였다. "크. 예술이다. 예술. 돈이 좋네." 왼편 복도 끝까지 들어가는 동안 성호는 유심히 주변을 살폈다. 똑 똑 똑 "예." 안에서 날아온 간결한 대꾸가 전혀 호의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긴, 늘 겪는 일이지만. 성호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퇴근 준비를 마친 모습으로, 민 대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