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까지 두려웠던 적이 있었던가. 오토바이를 타고 덤프트럭과 자동차 사이를 아슬아슬 곡예 하듯 폭주할 때도, 그러다 매번 지옥 문턱에 가서야 눈을 뜨는 생사의 갈림길에 던져진 순간에도 두려움 따윈 없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두려움을 못 느낀 건, 호기도 객기도 그렇다고 또래 놈들 사이에서 튀고 싶은 어쭙잖은 영웅 심리도 아니었다. 단지, 살고 싶을 만큼 매달리고 연연해 할 것이 없었으므로 잃을 게 없었을 뿐. 그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찬혁은 두렵다. 품에 안은 이 여자 때문에 무서워 죽을 것 같다. 난생처음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절박한 심정으로 아영에게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용서를 빌면. 용서해 줄까? 과연? "이것 좀 놔줘. 이제 그만 올라가야 할 것 같아. 나 일하러 온 거란 말이야." 아영은 꿈쩍도 하지 않는 찬혁을 밀어내느라 부질없는 애를 썼다. 짐 옮기러 왔다고 하길래,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실의에 빠져 다 죽어가는 몰골로 눈앞에서 휘청대는 민 대표를 두고 차마 돌아설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현관에 세워둔 짐 가방을 들고 그 집을 나오는 대신 도로 이 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이제는 꼼짝없이 위장전입자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곤혹이었지만, 민 대표의 이면을 봐버린 터라 그녀의 당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곤혹도 당혹감도 찬혁이 몰고 올 후 폭풍의 참상에 비할까. 그냥 두고 볼 찬혁이 아니니. 그런데 마음의 준비는커녕,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사람이 출장 중에 득달같이 달려와 이러고 있다. 이러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처럼, 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