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을 침대 위에 활짝 열어 놓고, 대체 뭘 싸야 잘 쌌다 소문이 날까, 아영은 사뭇 진지하게 짐을 싸기 시작 했다. 첫 해외 여행이, 그것도 생애 첫 경품 당첨 상품이 몰디브 선셋 비치 리조트라니! "해방이다!" 막상 출발이 내일로 다가오자, 하루 24시간 셀프 감금이나 다름 없던 작업실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것도 세계 최고 휴양지에서! 아침부터 기분이 들떠 팔짝 뛰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하필 럭키 세븐 공을 뽑아 든, 똥 손이 울고 갈 저주 받은 손이 지금처럼 기특하고 고맙긴 살다 살다 처음이었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한 줄도 난생처음 알았다. 애인 놔두고 엄한 남자를 파트너로 점지해 놓고 미안해 죽을 것 같았던 여자가 맞긴 하나 싶을 정도로, 아영은 지금 여행 준비에 진심이었다. 찬혁이 없다는 게,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서운해 이따금 풀이 죽고 한숨이 푹푹 터지곤 했지만, 어차피 후원인들과 떠나는 여행이고, 또 윤 여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발전시켜 찬혁이 싸우지 않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다 보니, 차라리 그가 없는 편이 더 잘됐다, 위안으로 삼았다. 그러자 다시 기운이 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것도 공짜 여행, 알차게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자유 시간이 많을 테니, 될 수 있으면 유용하게 쓰고 싶었다. "얼른 짐 싸놓고 리서치 좀 해야겠네. 휴양지에 미술관이 있을까? 있으면 좋을 텐데. 섬이니까 자연사 박물관 정도는 있겠지? 아! 모히또! 몰디브 하면 모히또지!" 영화 속 대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