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을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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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떠지는 눈앞에 찬혁의 얼굴이 한 가득 들어왔다. 서서히 열리다 힘겹게 떠진 눈으로 머리를 치켜들고, 아영이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림!”   찬혁을 본 순간 제일 먼저 뇌리를 스친 생각이 그림이었다.   리나가 도촬 해갔으니,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단 공개 먼저 하겠지. 혹평으로 일관한 기사를 SNS상에 올려놓고, 신화당 댓글을 사주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악성 댓글을 달아대겠지. 그렇게 조회 수를 단기간에 끌어올려 공론화시키는 방식으로 아티스트 하나 매장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예술가로서의 추락은 아영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오직 두려운 것은, 이 사건으로 찬혁이 입을 피해였다.   “그림! 리나가 그림 촬영해갔어! 그림….”   “괜찮아, 아영아. 진정해. 괜찮아.”   일으킨 머리를 베개에 누이고, 찬혁은 서늘한 식은땀이 배인 창백한 이마를 쓸어 넘기며 아영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아영은 진정할 수 없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리나가 무슨 짓을 할지 잘 알잖아. 공개되기라도 하면 왕실 현대 미술 학회에서도 테이트모던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너한테 소송이라도 걸면? 피해보상이라도 청구하면 어떡해?”   “아무 걱정하지 마. 너는 네 걱정만 하라고 했잖아.”   또 남 걱정이 먼저라 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미련한 여자가 안쓰러워 찬혁의 손이 쉼 없이 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려움에 떠는 동그란 눈망울과 시선을 맞추고 나직이 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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