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은 한눈에 아영을 알아 봤다. 쥐방울. 자그마한 여자가 방울같이 예뻐서. 그게 뭐냐는 물음에 돌아 온 찬혁의 대답이었다. 애초에 묻지를 말았어야 했다. 지난 2주, 찬혁과 함께 지내는 동안 술자리에서 취기가 돌기만 하면 쥐방울 거리는 통에 귀에서 방울이 울리는 환청에 시달릴 정도였으니까. 방울이라 길래 장난감쯤으로 여겼지만, 큰 오산이었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클럽 상그리아 그룹이라는 거대 비즈니스 파트너쯤은 먹다 남은 밥 버리듯 내팽개칠 수도 있는 사람이 박찬혁이라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찬혁은 이 여자를 위해서 만찬장을 기꺼이 박차고 나갔다. 몇 번을 버려진 밥 취급을 당하고 나니, 쥐방울의 위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파라다이스 그룹과의 업무 협약이 가져다 줄 재화의 가치를 뛰어 넘는 무한의 가치를 가진 여자임이 증명된 셈이다. 그러니 클럽 상그리아 입장에선 이 여자에게 공을 들이는 게 협약을 이끌어낼 지름길이 될 터, 투자 이유로 충분했다. 게다가 훌륭한 아티스트라고 하니 투자 가치 면에서도 금상첨화고. 마틴이 흑기사를 자처한 이유였다. 아영은 마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태평양에 있어야 할 사람이, 그것도 찬혁과 단둘이 무인도에 있어야 할 사람이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소스라치게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영은 민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마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통성명을 마치고 간략히 갤러리 임원진에 대한 소개와 인사가 끝나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통역사를 아영의 곁에 세우고, 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