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와있었는지 아영을 에워싼 사람들 뒤에 리나가 서 있었다. 찬혁에게서 과거의 비밀을 전해 들은 후 처음 대면이었다.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응어리가 울컥 치밀었다. 신화당을 결국 부도로 몰고 간 것도 모자라 단란했을 한 가정을 산산이 깨부수는 데 일생의 공을 들인 사람. 채리나. '사람이, 사람이라면 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니! 사람 맞니! 인간이긴 한 거니!' 두려움과 울분이 뒤엉킨 가슴이 미친 듯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섭긴 하구나.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영의 눈동자를 감지한 리나가 회심의 미소로 입매를 그윽하게 휘어 올렸다. '전시회 좀 한다고 기고만장이네? 평론가 몇 명 구워삶아 곧 추락의 쓴맛을 보여줄게. 다신 날지 못하도록. 기대해라. 난 받은 데로 돌려주는, 지극히 공평한 사람이니까.' 리나는 특유의 당당함으로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슨 좋은 일 있나 봐요? 갤러리가 시끌시끌하네요?" "채 대표님. 어서 오세요. 신 작가님 세계적인 스타 되셨어요! 오늘…." "아! 저 그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김 큐레이터의 호들갑이 이번에는 아영을 글로벌 스타로 급부상시키고 있었다. 아영은 직원들 앞이라 리나에게 목례를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리나가 곧바로 따라붙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모시고 오는 것도 모자라 버튼까지 손수 눌러주며 김 큐레이터가 아양인지 애교인지 모를 앙탈을 부리며 대놓고 구애를 던졌다. "작가님! 저 잊으시면 안 돼요! 오래오래 함께해요! 제1 갤러리팀 화이팅!" 부끄러움도 모르고 해대는 김 큐레이터의 낯뜨거운 짓에 부끄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