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는 밤새워 윤 여사의 틀어진 비위를 맞춰 주면서, 민 대표와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하다가 은근히 윤 여사의 편을 드는 방식으로 부아를 돋웠다. 15년간 제일 갤러리에 후원을 집중했던 게 분하고 억울해, 결국 윤 여사가 눈물을 보이는 지경까지 몰고 갔다. "여사님. 고정하세요. 제가 민 선배하고 잘 얘기해볼게요." "채 대표가 나서서 뭘 어쩌겠어. 그림은 이미 마틴인지 뭔지, 그쪽으로 넘어간 모양인데." "마틴한테도 경우 없는 짓이라고 한 소리 해줘야겠어요." 그럴 마음도, 나설 수 있는 자격도 못 됐지만, 리나는 빈말로라도 제 외교 수완을 과시하려 들었다. 식당에서건 어디서건 마틴을 만나면, 사뭇 진지한 얼굴로 인사 몇 마디 건네는 거로 애써주는 척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열과 성의를 다해 윤 여사를 어르고 달랜 목적은 단순했다. 윤 여사를 필두로 따라올 후원인 모시기. 민 대표와 적이 될 후원인이라면 일거양득이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한소리 또 하고 재탕하고 삼 탕해대는 뒷골 당기는 편 가르기 말미에, 잠자리에 든 윤 여사가 의외의 혼잣말을 흘렸다. "그 그림이 어떤 그림인데! 우리 노아, 우리 의원님 명줄인데…. 에휴. 그거 해주고 돈으로 퉁 쳐서 무마하자더니, 이 사람이 돈 때문에 내 뒤통수를 쳐? 아이고…." 리나의 낯빛이 퍼렇게 질려버렸다. 무슨 소린지 단박에 알아들었다. 그림을 의뢰해 아영을 주물러 찬혁의 선전포고를 무마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그림은 반드시 윤 여사의 손에 들어가야만 할 그림이 분명했다. 로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