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오랜만이야, 임아람

2754 Words
10분도 안 되어 빨간색 미니 스포츠카 한 대가 아람 앞에 섰다. 차 안에서 한 여자가 허둥지둥 뛰어나왔다. “자기야, 정말 헤어졌어?” 아람의 절친인 진유정은 입을 열자마자 물었다. “응.” 고개를 끄덕인 아람이 차문을 열고 앉았다. “이혼, 잘했어!” 차 문을 붙잡고 운전석 위로 풀썩 올라탄 진유미가 터무니없이 과장된 음성으로 말했다. “너 예전에 자존심 빼면 시체인, 도도시크녀 아니었어? 그런데 심가 놈 만나서는 자존심까지 내던진 채 그 집안 하녀 노릇이나 하고. 그런데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마치 네가 그 잘난 집안 덕이나 보려 한다는 듯이 매사 얼마나 널 달달 볶아댔니? 진짜 진작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고!” 아람은 입을 꼭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람의 마음이 괴로운 것을 알아차린 유정이 바로 아람을 껴안았다. “울고 싶으면 울어.” 잠시 유정의 품에 안겨 있던 아람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닦으면서 웃기 시작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야. 놀이동산에 가서 축하하고 싶어.” 30분 후. Y시의 모 놀이동산에서 번지드롭에 앉은 아람은 추락하는 속도에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 후 또 자이로 스윙, 바이킹, 롤러코스터 등 일련의 극히 아슬아슬하고 자극적인 놀이기구를 탔다. 아람은 비명을 지르면서 마구 눈물을 흘렸다. 머릿속에는 자신과 이준의 지난 1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슬아슬하고 자극적인 놀이기는 과연 치유 효과가 있었다. 한 바퀴 돌고 났더니 아람은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졌다. 마지막으로 눈물을 지운 그녀는 심이준을 철저히 마음속에서 지웠다. 그 후 아람은 유정과 같이 옷가게에 가서 옷을 모두 갈아입었고, 또 멀쑥한 긴 생머리를 금발의 웨이브로 만들었다.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의 아람을 본 유정은 손가락을 튕기며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너야.” 아람은 고아하고 아름답고 자신감이 넘치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누구도 4년 동안 위축된 채 침묵하면서 처량한 처지였던 심이준의 아내를 더 이상 아람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없었다. “오랜만이야, 임아람.” 아람이 묵묵히 말했다. 이렇게 한바탕 떠들썩하게 보내고 나니 시간이 저녁 7시가 되었다. 배가 고파진 두 사람은 식당에 갔다. “너 먼저 자리에서 좀 기다려, 내가 사장을 찾아서 잘 하는 요리들을 직접 만들라고 할게!” 아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마친 유정은 몸을 돌려 갔다. 아람이 예약했던 룸에 가는데, 한 쌍의 남녀가 정면에서 걸어왔다. 바로 심이준과 그의 첫사랑 한연서다. ‘평소에는 보름 동안이나 심이준을 보지 못했는데, 이혼을 하자마자 바로 부딪치게 되네?’ 아람은 마음속으로 혀를 차면서 피하려고 했다. “임아람 씨.” 아람을 본 한연서가 애교스럽게 웃으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임아람 씨도 특별히 이준 씨를 찾으러 온 모양이죠.” 아람이 부인하려고 하는데 연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미안해요. 나는 단지 이준 씨에게 가정법원 앞에 가서 물건을 좀 찾아달라고 했을 뿐인데, 두 사람이 진짜 이혼을 할 줄은 몰랐어요.” ‘허.’ ‘정말 이혼도 한연서의 덕분이었어? 그래도 한때 4년 동안 부부였던 심이준이 아직도 나에게 감정이 있었다고 착각한 거였어.’ 아람은 소리 없이 자조했다. 심이준을 완전히 내려놓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숙려 기간이 있어요. 이준 씨, 무슨 오해가 있으면 잘 설명하세요. 알았죠?” 부드럽게 말을 마친 연서는 이준을 밀고 천천히 멀리 갔다. 이준이 오해하는 걸 원치 않은 아람은 단호하게 설명했다.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니에요. 순전히 우연히 만난 거에요.” “당신 지금 같은 밀당, 아무 소용없어!” 이준이 말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새 헤어스타일에 화려한 새 옷.’ ‘이런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서는 그래도 내 주의를 끌려는 게 아니라고?’ 이준은 아람이 정말로 이혼하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 이혼에 숙려 기간이 있는 점을 이용해서 수작을 부릴 뿐이야.’ 그녀가 그럴수록 이준은 더욱 혐오감을 느꼈다. “내가……. 밀당을 한다고요?” 아람은 두 사람이 이혼까지 했는데 이준이 또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말에 화가 난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이준이 여태까지 자신을 믿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마음대로 대답했다. “맘대로 생각해요.” 말을 마치고 바로 룸으로 들어갔다. 이준은 본래 아람이 변명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준은, 그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아서 나가려고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돌아보았다. 보이는 것은 아람의 뒷모습뿐이다. ‘임아람이……. 갔어?’ 저녁을 먹고 유정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겉모습만 돌아와선 안 돼. 정신도 돌아와야지. 나는 우리 아람 여왕님을 철저히 돌아오게 할 것이다.” 유정의 겉모습과 정신이 돌아온다는 말에 어리둥절하던 아람도 Y시에서 가장 큰 클럽으로 끌려간 뒤에야 문득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추라는 게 확실해?” 무대 위에서 요염하게 춤을 추는 많은 모습을 보고 아람의 얼굴에는 검은 선이 떠올랐다. “춤을 추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뭘 두려워해!” 유정은 빨간 치마를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너의 실력이면 무대에 오르자마자 저 댄서들은 모두 옆에 설 수밖에 없어!” 아람은 피식 웃은 아람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다른 옷을 가져갔다. “클래식한 춤을 추는 게 좋겠어.” 옷을 갈아입은 후, 아람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힘찬 음악 아래 그녀의 몸매는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의상은 그녀의 날렵함을 아주 적절하게 잘 보여주었다. 그녀는 마치 인간 세상에 뛰어든 선녀처럼 가볍게 춤을 추었다. “젠장, 무슨 짓이야? 클럽에 와서 고전 무용을 추는 사람이 있다니.” 무대 아래에서 아람이 마음대로 춤을 추는 걸 발견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춤이 뜻밖에도 박자가 맞아.” “와, 매혹적이네, 프로 같아!” 비난하던 사람들도 그녀의 전문적인 춤사위를 보고 태도를 바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고전 무용으로 전혀 위화감 없이 이런 폭발적인 음악을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사람들도 아람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매료되어 잇달아 한쪽으로 물러났다. 불빛 아래 그녀 혼자만 남아 옷소매를 나풀거리며 선녀처럼 아름답게 빙빙 돌며 춤을 추었다. 시원한 차림으로 폴 위에서 노골적으로 폴댄스를 추던 네 명의 폴댄서들은 바로 빛이 바랜 채 배경이 되었다. 유정은 원래 아람이 고전 무용을 추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때 이 광경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턱을 괸 채 칭찬하는 눈빛이었다. “역시 임아람이야, 어디를 가도 가장 빛나지.” 아람은 춤에 심취한 바깥의 시선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려 4년 동안 춤을 추지 않았다가 모든 인내심이 이 순간에 폭발했다. 지금 아람은 마음껏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 그녀의 동작은 부드럽고 매혹적이며, 또 아주 가볍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아예 폴을 붙잡고 폴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폴댄스는 폴댄서들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절대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새롭게 해주었다. 그녀가 가볍고 완벽하게 고난도 동작을 완성하는 것을 보고, 무대 아래에서 연이어 탄성이 들려왔다. “야, 저 사람이 새로 온 댄서야? 꽤 솜씨가 있는데.” 무대 아래로 이준이 친구들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서민재의 시선이 바로 무대 위의 장면에 꽂혔다. 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했다. “이준아, 저 여자……. 네 와이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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