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드라마도 이렇게 연기하진 못할 거야

2286 Words
“임아람일 리가 있겠어.” 또 다른 친구인 정석환이 찬성하지 않고 반박하면서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 말투였다. “임아람이 정말 능력이 있었다면 일찍 와서 이준을 꼬셨을 거야. 그런 여자를 댄서에 비하면 댄서를 모욕하는 거야.” 이준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들어 보니 섬세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뒷모습만 보였다. ‘정말 아람을 닮았네.’ 그러나 마음속에 온통 계략과 허튼소리로 가득 찬 그 여자는 자신의 와이프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했다. 그런데 어떻게 클럽에 와서 저렇게 대담한 춤을 출 수 있겠는가.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아람의 행동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준은 일어나 한쪽으로 가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집 사람 지금 집에 있습니까?” [사모님은……. 아침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저쪽에서 고용인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준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다시 차갑게 웃었다. ‘이런 수법을 쓰면 내가 자기한테 연민을 느낄 줄 알았어?’ ‘임아람의 속임수에는 한 번 당한 것으로 충분해!’ 이준은 내색하지 않고 룸에 들어가 앉았다. 정석환이 다가왔다. “이준아, 너 애초에 아람 씨 같은 그런 사람과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바로 돈을 줘서 그녀를 꺼지게 했으면 모든 일이 끝났을 거야! 봐, 그 여자는 겉으로는 뜻밖의 일이고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면서, 외출해서는 기자에게 너희들은 예비부부 사인데, 곧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말 뻔뻔한 거지. 드라마도 이렇게 연기하진 못할 거야!” 이 말은 또 이준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그는 눈썹을 찌푸린 채 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 “말 좀 작작해.” 맞은편에 있던 서민재가 끼어들었다.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이준은 남자로서 너무 심하게 행동하기 곤란했어. 관계가 발생한 것은 의외이다. 남의 돈을 뿌리친 건 모욕한 거 아니야?” “이준에게 물어봐, 그 일이 의외였어? 이 모든 일을 임아람 그 여자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거야!” “그 여자가 설계했다고 해서 뒤의 그 일이 없었다면…….” 말을 반만 하다가 뚝 멈춘 서민재가 부자연스럽게 이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준은 눈을 내리깐 채 술을 마셨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심하게 그늘진 채 분위기도 어색했다. 정석환이 다시 이준의 어깨를 툭 쳤다. “이준, 너는 임아람과 결혼한 지 4년이 되었는데,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는 것도 귀찮겠지.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일찌감치 차는 것이 나아. 좋은 시절을 쓰레기 같은 여자에게 낭비하는 건 가치가 없어.” “네가 떠나면, 아마도 그 가난뱅이들만 그 여자를 원하려고 할 거야. 그 여자도 그럴 자격이 있어!” 곧이어 실내에서는 조롱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밖에 있던 진유정은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주먹을 쥐고 뛰어들어가서 싸우려 했다. 단지 지나가다가 우연히 듣게 된 두 사람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람이 힘껏 유정을 끌어냈다. “왜 말려! 저 잘난 척하는 나쁜 놈들이 너한테 이러는 걸 나는 참을 수가 없어!” 밖에 나가자 유정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아람은 유정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당사자인 자신이 오히려 많이 냉정해졌다. “어차피 이미 이혼했으니, 그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말하라고 해.” 이혼하지 않았을 때, 항상 변명할 수밖에 없었던 아람은 이준과 그의 친구들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소용이 없는데 어쩌겠어.’ ‘그때는 가정이 화목하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더 이상 개의치 않을 거야.’ 유정은 여전히 화를 풀지 못했다. “네가 저 남자를 위해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치욕을 참았는데, 그 남자는 너를 믿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기 귀찮아해. 결국 너는 가난하고 못생긴 사람에게만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 내가 바로 저자들에게 네가 얼마나 우수한지 너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눈X 똑바로 뜨고 잘 보게 해 주겠어!” 유정이 화가 나서 말을 했지만, 아람은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았고 몇 마디 위로한 뒤 바로 떠났다. 다음 날, 중요한 물건이 심씨 저택에 남아 있어서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아람은 심씨 저택으로 갔다. 아람은 들어가지 않고 고용인에게 전화를 걸어 가져다 달라고 했다. 전화가 끝나자마자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아람 앞에서 멈춘 차에서 이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짜증이 나서 아람에게 눈을 흘겼다. ‘이렇게 밤새 소란을 피우던 이 여자는 내가 상대하지 않자 결국 순순히 달려왔어.’ “실컷 떠들었으면 꺼져!” 이준은 무례하고 냉정하게 명령했다. 아람은 살짝 멍해진 아람은 이미 깨달았다. ‘이준은 내가 아직도 자기를 잊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담담하게 웃으며 일깨워 주었다. “심이준 씨,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나 봐요, 우린 어제 이혼했어요.” 이준이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 “퇴로가 있을 때 잘 가야 해. 마지막에 진퇴양난을 당하면 스스로 모욕을 자초할 뿐이야!” ‘퇴로?’ ‘그가 이렇게 입을 열면 바로 쌀쌀맞게 비꼬는데, 무슨 퇴로야?’ 아람이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귓가에 갑자기 ‘빵빵’하는 클랙션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피한 그녀가 바라보자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플래카드였다.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람 양이 고해에서 벗어나 이혼에 성공한 것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뿐만 아니라 작은 홍보판도 있었다 [아람 씨의 이혼을 축하합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란 아람은 어안이 벙벙한 채 입만 벌릴 뿐이었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장미꽃 한 다발이 눈앞에 다가왔다 “아람 씨, 이제 나를 생각해 줄래요?” 눈을 똑바로 뜬 아람은 멋진 얼굴을 보았다. 얼굴도 잘생긴 건 빼더라도 180cm의 늘씬한 키는 절대적인 표준 체격이었다! 아람이 말하기도 전에, 그가 이미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는 감히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할 수 없지만, 함께 있는 매 순간마다 당신을 손바닥에 받들고 당신의 말을 듣겠습니다. 당신이 웃는 것을 보고, 당신을 믿고, 당신과 영원히 함께하며 냉대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뒤에 있던 이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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