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이

5000 Words
“아가씨 장사라니!” 차희태회장과 최두식전무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커진 목소리로 동시에 물었고 우빈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브리핑하듯 정갈한 목소리로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아가씨 장사를 하는 업체들은 불법사채 업을 하는 사업장으로 타깃을 상대로 상당히 치밀하게 공사를 쳤어요. 공사는 성경험이 없는 십대후반에서 이십대 중반의 젊은 여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는 남자들을 상대로 이루어졌고 전부 성공했습니다” "전부라면 지금까지 몇 명이나 한 거야?" "제가 확인한 건은 전국에서 열두 건이고, 강령에서 거래성사 직전인 건이 두건 입니다" “이런..” “공사를 칠 때 딸이나 여자형제를 먼저 조사한 후 구매자를 확정해 놓고 일을 시작해 한달 안에 끝냈습니다. 이 거래는 나이 어린 여자 처녀를 가지고 싶어하는 돈 많은 남자들 구미를 강하게 당겼을 테고, 계약서가 있으니 문제 될 일 없을 거라 거래만 성사된다면 부르는 게 금액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동안 벌어들인 돈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는 두분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술자리에서 비슷한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그런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놀랄 일이구나" "돈 많은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 여자를 자주 바꾸는 거고 공공연한 사실이잖아요" “다른 곳은 몰라도 강령에서 어째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사채를 빌렸다는 서류는 수십 장이 넘으니 장사 성공 건수도 그 만큼 많을 겁니다. 그러니 꽤 큰 뒷주머니를 차고 있을 거고 그렇게 벌인 돈으로 지역경찰은 물론이고 검찰까지고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을 겁니다. 회장님이 눈감고 귀 닫고 계신 덕분에 블랙도 안으로 좀 벌레가 많이 파고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조직을 맡겨 온 폐해가 드러나자 후계자는 회장님이자 아버지를 가차없이 지적했고 차희태는 아들의 지적을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서울에서 대학을 다는 동안 방학이나 해야 간신히 얼굴을 보이던 아들이 이런 어마어마한 내용을 들고 자신을 찾아 올 것 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차희태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라도 잘못을 하면 용서하지 않을 권력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하기도 했다. “공부한다고 얼굴도 자주 안보이던 놈이 어떻게 알고 전사장 뒤를 판 거야?” “공부만 하면 지루하니까 시간을 쪼개서 조직 임원들이 딴 주머니는 차고 있는 건 아니지 한 명씩 캐보자 하고 시작했다가 첫 번째 낚시에서부터 대어를 낚았어요. 작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꼬리를 물고 따라와서 작년부터 제대로 팠어요” 우빈은 제가 조사한 블랙에 대한 이야기를 회장님과 최두식에게 들려 주며 정리된 서류들을 건네 주었다.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던 차 회장과 최두식은 현지용역을 활용해 전사장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조직의 이름을 빌어 개인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는지 제대로 확인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차 회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방대한 전필용 손발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전사장이 근래 들어 어깨에 힘들이 들어가고 점점 더 거들먹거려지나 했더니 준비를 탄탄히 하고 있었네요” 최두식은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으며 차 회장을 바라봤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회장님” 계륵과도 같은 전사장을 손대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차 회장은 선뜻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회장님의 고심을 덜어주기 위해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최두식은 삼자의 입장에서 조직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말했다. “전필용이 블랙아미 수장자리에 앉아 조직을 총괄한지 십년이 넘었습니다. 그가 수장이 된 이후 가장 열심히 한 일이 전대 회장님과 회장님 라인으로 분류되었던 조직원들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블랙에는 회장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조직원도 많지 않은데 임원급에서는 그런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듭니다” “지금 상황으로 본다면 다른 조직에서 시비를 걸어오더라도 전필용 사장이 협조하지 않으면 블랙을 동원해 다른 조직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전무님 말씀에 저도 동의해요. 이번에는 불법사채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 말고 아가씨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됩니다. 파장 큰 일이니 블랙뿐만 아니라 그룹에도 미치는 상당할 겁니다” “외부에 알려지는 건 안되지만 블랙조직총회에서 공론화를 시켜 수장에서 내리는 건 어떻겠니?”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필용이나 그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조직이나 그룹이 흔들리더라도 자신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장님을 압박할거에요. 지금 상황에서는 총회에서 어떤 것도 오픈해서는 안됩니다” “발목을 제대로 잡혔다는 뜻이구나” “나랑 회장님한테 네가 조사한 걸 전부 꺼낸 걸 보니 계획하고 있나 보구나!” 어른들을 불러 앉힌 우빈이니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까지도 고민해서 왔을 거라는 걸 아는 최두식전무가 우빈에게 물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전필용 자금 줄을 잘라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선은 불법사채 사업장이 정리되면 들어오는 돈이 마를 테니 당분간을 바짝 엎드려 있을 겁니다. 전국에서 소리도 없이 사업장이 정리된다는 건 회장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알 테니 눈치 좀 볼 겁니다” 우빈의 이야기를 들은 차희태회장은 걱정되는 부분을 이야기 했다. “그 많은 곳을 처리하려면 준비시간이 꽤 걸릴 텐데, 시작도 전에 전사장이 눈치채지 않겠니?” “눈치라면 빠삭한 늙은이라 금방 알겠죠. 게다가 회장님 직속라인이라고 해 봤자 몇 명 안되니 블랙조직원들 동원해야 하는데 그러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인데 제가 왜 회장님한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겠어요. 이번 일은 제가 직접 처리할 겁니다” “혼자 그 많은 놈들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말에 차희태회장은 상체를 일으켜 우빈이 앉아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지 저 사람 많습니다. 뒷조사 시작할 때 지역으로 사람들을 보내놔서 다들 지역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데다 작업 들어간다고 스탠바이 하라고 했더니 신나서 대기 중이에요.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선물 준비를 마쳤으니 늙은이가 눈 뒤집어질 만큼 깜짝 놀랄 선물이 될 거에요” “지난번에 얘기했던 선물이 이거였어?” “사실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는데 우연찮게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돼서 계획보다 빨리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귀인을 어디서 만났어?” “강령은행에서 만났어요. 그것도 아주 우연히” “허허, 은행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 “준비를 끝냈다고 하니 너한테 맡기기야 하겠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내부 규율로 처리하는 건 안 된다” 자신이 아니라 아들이 일을 책임을 맡았으니 피를 보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차희태는 내부규율로 처리하는 걸 반대했지만 우빈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저도 피 보면서 일하는 거 별로에요. 지역경찰들과 얘기 끝내서 사업장 급습부터 현지직원정리까지 경찰들이 직접 움직일 겁니다. 도 모든 사업장을 같은 시간에 동시에 급습하기로 했으니 서로 연락도 하지 못할 거에요" "강령하고 서울사업장은 용역들을 경찰이 끌어내면 내부수색은 저희가 하고 사무실에서 나온 자료 일체를 복사 뜬 후 경찰로 넘기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물샐 틈 없이 제대로 계획을 세운 우빈의 이야기를 들은 차희태회장과 최두식은 앞에 앉아있는 우빈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럼 저는 두 분이 동의한 걸로 알고 일하러 갈 테니까 퇴근하세요” 중요한 보고를 마친 우빈이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기 전에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오래 방치했어” “다른 지역도 아니고 강령에서까지 일을 벌인 걸 보면 언제든지 일을 치를 준비되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외부에 일이 알려지기 전에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합니다. 우빈이 말대로 사업장이 정리되면 회장님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 바짝 엎드릴 테니 회장님도 준비를 서두르셔야겠습니다” “하아.. 자네 말대로 나도 서둘러야겠어” “그나저나 도련님이 후계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룹도 그렇고 블랙아미도 완전한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는 듯 합니다” “회사 일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녀석이 아비를 제대로 속였어” “우빈이가 그렇게 했기에 전필용 눈에 띄지 않고 제 사람들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뭐든 혼자서 해냈던 아이 아닙니까” “저렇게 자란 걸 보니 자네한테도 그렇고 이사장한테도 많이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 더 이상 길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말을 꺼낸 사람도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이 흘렀다. 긴 침묵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최두식전무였다. “작정하고 시작한 일이 생각지도 못하게 틀어졌으니 그리 길게 엎드려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경찰에 잡혀 간 놈들 만나서 조사하다 보면 배후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으니 전사장이 우빈이를 노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최두식 말에 차희태회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졸업반이기는 하지만 졸업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지목하고 그룹으로 불러들이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 전필용도 함부로 손대지 못할 테니 일석이조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후계자 교육 같은 거 필요 없이 부회장자리에 바로 앉아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부회장이 아니라 회장자리에 앉혀도 잘할 놈이지.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나도 어떻게 할지 결정하도록 하겠네” “그럼 회장님이랑 저도 이만 퇴근하도록 하죠.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그러세. 자네도 집에 가면 혼자니 나랑 저녁 먹고 들어가게” “예. 그리고 일주일 다 지나가고 있는데 이혼서류 호텔로 오기 전에 정리하고 들어가시죠!” “흠흠.. 안 그래도 내일 들어간다고 오전에 연락해 놨어” “하하, 잘하셨습니다” ▷▷▷ 꼬마아가씨 집 주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직원에게 사채업자들이 집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며 최순길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순길로부터 보고를 받은 우빈은 양측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면 바로 뛰어나가려고 새벽까지 기다렸지만 직원들은 자신들끼리 일을 해결했다. 새벽 한시가 넘어서 골목입구에서 몸싸움이 있었고 우리측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와서 상대측을 잡아가면서 직원들은 피해자이자 참고인으로 경찰서로 동행했다는 연락을 받은 우빈은 제 사람들을 데리고 성원재로 돌아오기 위해 순길을 데리고 강령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서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성원재로 돌아온 시간이 새벽 네시쯤이었기에 잠자리에든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빈은 아침 운동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시간 정도 짧은 숙면을 취하고 아침운동까지 마친 우빈은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가 식탁에 혼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일찍 내려 오셨네요” “일찍은 식사 시간이 지났으니 늦었지. 얼른 와서 앉아” “최 실장 말로는 새벽에 밖에 나갔다 해뜨기 직전에 들어왔다고 하더니 왜 일찍 일어났어?” “피곤하면 낮에 잠깐 자려고요. 이것 좀 봐주세요” 자리에 앉으며 우빈은 어머니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뭐야?”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인데 전학처리 좀 해주세요” “어느 집 아이인데 네가 직접 서류를 넘기는 거야?” 차를 마시던 여진은 찻잔을 내려놓고 아들이 건넨 봉투를 열어 안에 들어 있는 서류를 꺼내서는 눈으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생활기록부와 중학교 전학년 성적표에 입학신청서까지 들어 있었다. “어떻게 아는 학생이야?” “제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을 준 사람 딸인데 예인고등학교로 꼭 전학을 시켜야 해서 나여진이사장님한테 직접 서류를 전달하는 거야” “무슨 도움을 줬길래 차우빈이 입학신청서까지 작성해서 부탁을 해!”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최윤희실장이 자신이 마실 차를 내려 주자 우빈은 최 실장에게 이층 정리를 부탁했다. “최 실장! 제 방이랑 연결되어 있는 서브 룸 대청소 좀 해주세요” “거긴 또 왜?”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을 청소해달라는 말에 여진은 무슨 일인지 물었고 우빈은 오늘부터 새로운 사람이 집에 들어온다고 엄마에게 알렸다. “엄마가 들고 있는 입학서류 학생이 오늘부터 여기서 같이 살 거야” 성원재에 사람을 들인다는 말에 놀란 여진은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제 아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층 서브 룸에서 지낼 거라니!” “말 그대로 오늘부터 엄마랑 나랑 사는 이 집에서 같이 살게 됐으니까 잘 좀 챙겨주세요” 나여진이사장은 테이블에 식사를 올리던 직원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고 이사장님 지시에 직원들은 빠르게 식당을 벗어났다. 직원들이 모두 식당을 나가자 여진은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어떻게 된 일이지 제대로 설명하라고 말했다. “차우빈! 집안에 사람을 들이는 문제를 왜 너 혼자 결정했어! 그리고 혼자 결정했으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자세히 말을 해야지 엄마가 네가 벌여 놓은 일 뒤처리하는 사람도 아니고 왜 이렇게 예의 없이 행동해” 나여진여사가 이름에 성까지 붙여서 풀 네임으로 자신을 부른다는 건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뜻이었고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사실을 말해야 했지만 들어올 사람에게 편견이 생기면 안되기에 사실과 픽션을 섞어 말하기로 했다. “말씀 드린 데로 학생 아버지가 저한테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어요. 그 정보 값으로 딸을 저한테 부탁했는데 학생기록부를 살펴보니 그때의 저처럼 공부를 잘해서 예인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부탁 드리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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