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이런 일을 벌였다가 자신과 한바탕 했었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다시 제 인생을 사업 밑천으로 사용하려던 아버지에게 역으로 경고를 남긴 우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가다 할말이 생각 난 듯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향해 다시 한번 등골이 서늘해질 경고를 남겼다.
“제가 강령을 떠나 서울에 살고 있다고 그룹 일이나 조직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시고 계시나 본데 회장님이 아~주 잘못 알고 계신 거에요. 그러니 한번만 더 제 인생 가지고 장사하려고 한다는 소리 들리면 그때는 회장님이랑 저 둘 중 한 사람은 이 세상 사람 아니게 될 겁니다"
"제가 하는 말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넘기지 마세요.
회장님이랑 제가 붙었을 때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지 않을 사람이 누군지는 입으로 말 안 해도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참"
사무실 문을 열다가 문을 닫고 다시 몸을 돌려 아버지를 바라 보던 우빈은 부모님들의 부부생활에 대해 이야기 했다.
"호텔에서 계속 이렇게 지내실 거면 내일이라도 당장 이혼서류에 도장 찍어서 저한테 보내세요.
당장 이혼할 생각이 없으시면 일주일 내로 호텔 생활 정리하고 성원재 별채로 들어오세요. 들어올 때 여자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들어오시는 거 잊지 마시구요”
할말이 끝났는지 제 답은 듣지도 않고 자신을 등지고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차희태회장은 우빈이의 어렸을때를 떠올렸다.
마흔이 넘어 힘들게 얻은 자식이었기에 태어난 순간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없 을만큼 존재 자체가 귀하고 고마운 아이였다. 말이 트이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던 유아기 때부터 아버지를 무서워 한적이 없던 아이였다.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훈육을 위해 매를 들고 잔소리를 할 때도 명확하게 잘못한 일에는 군말이 없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제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선 오늘처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몸은 어린이였지만 행동이나 생각은 아버지인 저보다 위에 있었기에 아들을 제 밑에 두어 본적이 없었던 차희태회장이었다.
이제는 완벽한 남자가 되어 아버지라도 자신과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꺾을 수 있다고 호언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PA를 맡더라도 걱정이 없을 만큼 든든하게 느껴지면서도 아버지이자 회장인 자신을 매서운 눈빛으로 압도하며 경고를 할 때는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적으로 만났다면 쉽지 않을 상대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 차희태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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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대학이든 지방대학이든 어떤 대학으로 진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개의치 않아하실 부모님이셨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도 상관없었지만 중고등학교 6년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자신의 실력과 어울리는 세연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한 것은 부모님과 자신에게는 요람과도 같은 강령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서울로 진학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에서 만나는 친구들 중 앞으로 제가 하는 일에 있어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직접 찾기 위해서였다.
할아버지가 제게 남긴 신탁자금을 대학에 입학하면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우빈은 대학에 입학 한 후 엄마에게 신탁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말에 여진은 그 나이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책정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차우빈의 첫 번째 주식투자는 반년도 되지 않아 깡통이 되는 비극을 맞았다.
자신이 계획했던 일 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적이 없던 우빈은 첫 실패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대학을 휴학하고 반년 동안 주식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주식공부에 매진하면서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도전을 결심한 우빈은 어머니한테 한번 더 자금을 요청했다.
고시공부 하듯 반년 동안 주식공부에 매진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여진은 타고난 승부욕 또한 강한 우빈에게 한번 도 기회를 주기로 결정하고는 그 기회를 통해 아들이 어른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넘치도록 부유한 집안의 5대독자 외동아들로 태어났기에 가지고 싶은 건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었기에 뛰어난 사업가가 되기 위한 강한 인내심은 다소 부족했다.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기에 사회생활이나 인성에 있어서는 적정 되는 것은 없었으나 직접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기에 얼마나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여, 나여진은 아들에게 할아버지 신탁자금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금자산을 투자금으로 내어줄 때 수익금이 아주 적더라도 매월 일정비율로 투자금을 상환하는 것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었고, 일을 시작하고 세달 이내 수익이 발생되지 않거나 마이너스가 된다면 앞으로 주식투자는 절대 직접 하지 않는 것을 두 번 째 조건으로 내걸었다.
투자금을 담보로 엄마가 내건 조건을 두고 며칠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우빈은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어머니에게 투자금을 받은 우빈은 제가 찾은 친구들과 함께 주식투자를 하게 되었다.
*****
본가에 내려왔으니 늦게까지 늦잠을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성원재에 도착한 첫날 밤부터 중고등학교 동창은 물론이고 자신은 기억에도 없는 누군가의 소개로 연락한다며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 때문에 잠을 설쳤던 우빈은 급기야 핸드폰 전원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늦게 잠들었지만 새벽 일찍 일어난 우빈은 운동실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내내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제가 본가에 내려 왔다는 것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강령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알게 될 정도로 소식이 빠르게 퍼진 것도 이상했지만 가족과 자신의 최측근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개인 연락처까지 노출되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지도 않은 처음 보는 전화번호들이 수없이 많은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건 자신의 개인 연락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보면 자신이 성원재를 떠나 있는 사이에 쥐새끼가 생겨났다는 뜻이었다.
몸이 개운할 정도로 운동으로 땀을 쏟아낸 우빈은 샤워를 마치고 순길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핸드폰을 새로 개통해서 가져오라고 한 후 성원재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을 전부를 조사하라고 일렀다.
“여름에 내려 왔을 때만해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몇 달 사이에 누가 쥐새끼를 심은 건지 아니면 스스로 쥐새끼가 된 건지 제대로 확인해야겠어”
“최대한 빨리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노친네 한테는 아직은 비밀이야”
“알겠습니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어머니 방으로 찾아 간 우빈은 집안에 존재하면 안될 것이 생겨났으니 내실 직원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우빈의 말에 나여진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고 우빈은 제게 일어난 일과 제가 생각한 것을 어머니한테 숨기지 않고 말했다.
우빈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여진은 우빈이 제 방을 나가자 최윤희실장을 방으로 불러들여 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며 내실직원들 기장이 흐트러진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최실장이 보기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 중 걸리는 사람 있을까?”
“근래 들어 외출이 잦았던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누구?”
“김여사 보조를 맡고 있는 세진이라는 아이입니다”
“다른 사람은 더 없고?”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한 다른 직원은 없었지만 도련님 말대로 직원들을 조사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밖으로 소리 나가지 않게 조용히 처리했으면 해”
“네, 이사장님”
순길과 최윤희실장이 각자 맡고 있는 직원들을 확인하는 동안 우빈과 여진은 별채에서 한가롭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제가 성원재에 신경을 너무 안 썼나 봐요”
“아직은 엄마가 여기 주인이야. 네가 아니라 엄마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엄마가 주인인 것 맞지만 이 큰 집에 엄마 혼자 계시니까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있어서 그럴 거에요.
내년에는 서울로 안가고 여기서 학교를 다녀야겠어요”
“피곤하지 않겠어?”
“남은 학점이 8학점인가 그래서 일주일 두 번만 들으면 되니까 그때만 가 있으면 돼”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하려고?”
“친구들한테 맡기려고”
“신경 많이 썼는데 아쉽지 않겠어?”
“어차피 졸업하면 손 떼야 하는데 미리 넘긴다 생각하고 자기들끼리 해보라고 하려고”
“아들이 여기서 지낸다고 하면 엄마가 반대할 이유는 없지”
“도련님!”
늦은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지 석양이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하자 순길이 찾아왔다.
“들어와”
전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순길이 거실로 들어와 새로운 핸드폰을 우빈에게 건넸다.
“중요 연락처는 저장해 놓았습니다”
“사람은?”
“블랙하고 내실 모두에서 나왔습니다.
블랙 직원은 산 위에 데려다 놓았고, 내실직원은 최실장님이 지하에 데려다 놓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디까지 입을 털었는지 확인해야 되니 내실직원도 제가 정리할 테니까 엄마는 남아있는 직원들 입 단속 시켜주세요”
“변종현실장이나 네 아버지한테 말하는 게 났지 않겠니?”
“이런 일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정리하고 나서 아버지한테 회사에도 쥐새끼 있는지 확인하라고 할거야”
우빈이 순길을 보며 머리를 끄덕이자 순길은 별채를 바로 나갔고 우빈은 어머니한테 최실장을 보낼 때까지 별실에 있으라고 당부하고는 별채를 나갔다.
“본채 들러서 최실장이랑 얘기한 후 보낼 테니까 밖으로 나오지 마시고 최실장 오면 같이 본채로 들어가세요.
늦지는 않을 거에요”
전실을 나가던 우빈은 뒤돌아 서서 여진을 불렀다.
“엄마?”
“응?”
“아버지한테 일주일 내로 성원재로 안 들어오면 당장 이혼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고 이혼서류 보낸다고 했어요.
아마 며칠 내로 들어 오실거니까 최실장한테 본채에 있는 아버지 짐 정리해서 별채로 옮겨 놓으라고 해”
“들어오실까?”
“들어 오실 거야”
“그런데 왜 별채로 짐을 옮겨?”
“여기서 외롭게 지내 봐야 다시는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안 하지”
저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아들은 사라지고 매서운 눈빛으로 변한 우빈이 몸을 돌려 전실을 나가며 문을 닺자 여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제 남편이면서 우빈의 아버지인 차희태회장 집안은 강령에서 대대로 상업과 대부업으로 큰 돈을 만지며 살아온 강령 대지주집안이었다.
포부가 남달랐던 시아버님은 당신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후 전국에서 싸움뿐만 아니라 사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찾아가 제 밑으로 들어와 일하기를 권했고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 모아 조직의 기틀을 마련했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기틀을 발판으로 대한민국 최고 조직인 블랙을 만든 차희태는 블랙조직을 이용해 PA그룹의 시초가 되는 강령저축은행과 토지개발 사업으로 돈을 쓸어 담을 정도로 큰 돈을 벌어 빠르게 성장해 PA그룹을 만들었다.
사업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차희태가 결혼할 여자를 선택한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아들 사업에 도움이 될 내무부차관 딸인 나여진을 며느리로 선택했다. 이해관계에 있던 부친들이 결정한 결혼이었기에 나여진은 남편 될 사람과 집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 전에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면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도회적이고 세련된 여진을 마음에 들어 했고, 여진도 점잖고 무게감 있는 차희태가 남편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의 결혼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고 그 만큼 두 사람 결혼 생활은 순탄했다.
신혼여행에서 나여진과 초야를 치룬 차희태는 여진과의 첫 섹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신혼여행 내내 여진을 물고 빨았고 결혼을 한 후에는 매일 일찍 퇴근해 아홉시만 되면 불을 끄고 섹스를 하자며 여진을 재촉했다.
섹스를 하면 최소 두 번은 사정해야 했고 욕구가 강한 날에는 네 번까지도 사정을 해야만 잠자리에 들 정도로 성욕이 강한 남자였다.
그렇게 넘치도록 사랑을 받았음에도 몇년 째 임신소식이 없어 속을 끓이고 있던 여진은 남편과 시아버님의 철저한 입 단속으로 알지 못했던 집안 사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집안이 들썩일 정도로 밤마다 남편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임신을 못하고 있어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시아버지와 남편이 하는 일을 알게 된 여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집안이라는 생각에 차희태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인 차희태는 가족이 다치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면서까지 나여진을 설득했고 양가 부모님들의 만류에 여진은 원치 않아도 이혼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단한 시간이 지나고 여진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때 생긴 아이가 우빈이었고 자손이 귀한 강령 차씨 5대 독자였다. 차희태 회장은 우빈이 우빈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진에게 써 준 가서를 잘 이행했고 가족들 누구도 다치는 일이 없었기에 여진도 안심하고 생활했다.
그러다 우빈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해 대문 앞에서 우빈이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눈이 가려진 채 허름한 창고에 이틀간 갇혀 있었던 우빈은 아버지가 협상금을 지불 한 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중학교 일학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우빈은 허름한 창고에서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빈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웠고 사람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빈이 집으로 돌아 온 후 차희태회장은 강령 시내에서도 치안이 가장 좋기로 유명한 고급주택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들이 납치 되었기에 강령 바닷가 근처에 있는 성원산을 구매해 산 중턱에 성과 같은 집을 지었고 아들과 여진을 그곳에서 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