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을 조금 더 성의 있게 해주면 어떨까 최태준부사장님” “성의 있게 답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서요 대표님” “또 일년이 지나버려서 마음이 무척이나 심란해서 그러는데 위로까지는 아니어도 심란한 내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없을까!” “시간이라는 건 매년 똑같은 속도로 일정하게 흘러가는데 올해는 뭣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다고 하는 거야” “아주 특별하지! 열흘이 지나면 우리가 사오가 되잖아. 내가 사십이 될 거라고 생각도 안했는데 사십이 지난 지는 한참 전이고 사오가 눈앞에 닥쳤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아” 내년 승진대상자 인사파일을 살펴보고 있던 태준은 책상에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게 알면 좋지도 않은 나이가 새삼스럽게 왜 헤아려서는 심란해하고 그래. 본인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거면 쓸데없이 시간낭비 하면서 감정적으로 굴지 말고 머리에서 지워” “부사장은 나이가 드는 거에 대해 아무런 감응이 없어?” “대학입학 이후로 나이가 몇인지 생각하면서 산적이 없어서 공감을 할 수가 없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센티멘탈해졌던 정신이 공감할 수 없다는 말 한마디에 차갑게 식어버리자 주석은 책상에 앉아 있는 태준을 보며 일밖에 모르는 놈이라며 한마디 했다. 본래 상태로 돌아온 듯한 주석의 말에 태준은 책상에 올려져 있는 서류로 시선을 다시 돌리며 왜 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내일이 종무식이어도 대표님이 할 일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텐데 왜 여기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어” “내 사무실에 혼자 있는 것 보다 여기서 너 일하는 모습 보고 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