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나오는 저를 직원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가 어서 퇴근을 시켜달라는 뜻이라는 걸 잘 알기에 도인철부장은 일년 간 고생 많았다는 말과 함께 새해에 보자며 조기 퇴근을 허락했다. 이미 퇴근준비를 마치고 부장님 마지막 인사를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은 ‘해피뉴이어’라는 짧은 인사를 합창하고 썰물처럼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안 대리 오늘도 부사장님이랑 퇴근 하는 거지?” “네, 출근 조건이 부사장님이랑 같이 출퇴근하기로 약속했으니까 부장님도 이제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부사장님 일정으로 혼자 퇴근하게 되면 나한테 말해야 되는 거 알지?” “네!” 정문사건 이후 소아에게 안테나를 세운 여러 사람 중 도인철부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구내식당 일이 생겼을 때 피의자 3명을 제외하고는 공적이든 개인적이든 경고나 주의를 받은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테크사업부문장이 어떻게든 안소아대리를 만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한 순간 방심으로 정문 일이 생겼으니 도인철부장이 안소아대리를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 때문에 하지 않을 걱정을 짊어지게 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 소아는 회사에 출근하는 마지막 날까지 부사장님과 함께 하기로 했다. 부장님과 퇴근 문제를 이야기하기며 자리를 정리하던 소아는 창문 너머에 부사장님 모습이 보이자 서둘러 책상정리를 마무리하고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소아와 가장 친한 사총사들과는 여름휴가도 몇 번 같이 다녔고, 일년에 서너 번은 주말에 식사를 하기도 하면서 꽤 자주 만났던 태준이었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