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폭행

5000 Words
회장님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전필용은 도련님에게 강령을 넘겼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자신은 서울로 돌아가 그곳을 관리하면서 지금처럼 블랙수장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차희태는 회장인 제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화를 냈지만 제 아들이 돌려 받았으니 더 이상은 추궁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전필용은 한 지역에 지역장이 둘이 있으면 안되니 자신을 이 길로 서울로 출발하겠다고 말하고 성원재를 나섰다. 성원재 백호라 불리는 차우빈에게 전필용이 강령에서 밀려났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조용하기만 하던 블랙은 그 소문으로 바다가 잔물결에 일렁이듯 블랙이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은 아닌지 조직원들은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 성원재에 들어 올 때는 예비고등학교였던 초희는 한 달이 훌쩍 지나 고등학교입학식을 치루고 진짜 고등학생이 되었고, 대학 졸업반인 차우빈도 얼마 남지 않은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말한 대로 우빈은 수업이 있는 수요일에 새벽 일찍 서울로 가서 목요일 수업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곧장 강령으로 내려왔다. 수업이 없는 요일에는 강령에서 묵은 빚을 받아내기 위한 작업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도 열심히 하면서 하루를 빠듯하게 살고 있었다. *****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에 학생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학생식당이 있는 건물로 전력질주를 하듯 달려 가거나 수업시간 내내 졸았던 학생들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이 멀리 눈 앞에 보이자 느릿한 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던 학생들 중 일부가 잰 걸음으로 달려가 배식 대기줄에 끝에 섰다. 잰 걸음으로 달려와 줄을 섰던 학생들은 길었던 줄이 많이 줄어든 후에 느즈막이 식당으로 들어 온 한무리의 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자신들은 뒤로 물러났다. 대기 줄에 같이 서있던 학생들도 식사를 하던 학생들도 끼어들기 하는 학생들을 보았으면서도 못본 척 했다. 세상은 평등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성공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람마다 노력해도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학교라는 사회생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반중학교에서 예인고등학교에 입학을 한 초희는 같은 반 학생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기에 학생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든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사귄 같은 반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있는 초희를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던 남진숙은 은초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친구 유세란에게 귓속말을 하고는 식사를 이어갔다. 식사가 끝났는지 은초희가 식당을 나가는 것을 보게 된 유세란은 식사를 잠시 멈추고 식당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서는 멀어지는 은초희를 불러 세웠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본 초희와 친구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학생을 보았다. “네가 은초희 맞지?” “응, 나한테 할말 있어?” “내 친구가 너한테 할 말이 있다고 수업 끝나면 학생 위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만나재” "테니스코드?" "응"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한 사람은 누구야?” “누군지는 와보면 알게 될 거야”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만나러 가! 몇 학년 몇 반 누구인지는 알려줘야지" "테니스코트에 갈 수 있는 학생은 몇 명 안돼서 가 보면 알 거야" 단발 머리 여학생은 통보하듯 말을 전하고는 식당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는 달려갔고, 초희와 친구는 황당한 표정으로 멀리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교실로 걸어갔다. 수요일 수업 종료를 알리는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울리자 학생들은 엉덩이가 들썩거렸지만 선생님은 수업을 바로 끝낼 생각이 없는 듯 하던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수업종료 음악이 울리고도 십분이나 더 진행되었던 수업을 마무리한 선생님이 다음 수업시간까지 해 와야 할 과제까지 내주고는 교실을 나가자 아이들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빠르게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과의 종례가 끝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책가방을 정리하는 초희에게 친구인 가영이가 다가 왔다. “초희야, 점심시간에 만나자고 했던 애 만나러 갈 거야?” “할 말이 있다고 하니까 가서 들어는 봐야지” “내가 알아보니까 테니스코트로 불려가는 건 부모님 지위가 높은 애들끼리 모여서 서열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는데 너희 부모님 PA에서 지위가 높아?" "아니, 완전 반대인데" "그래? 그런데 왜 너를 찾지! 얘기 들어보니까 그쪽은 혼자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던데 너 오빠랑 같이 가서 함부로 오라 가라 못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남자애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여자애가 오라고 한 건데 오빠랑 같이 가면 너무 오버하는 거 같잖아” "야!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은 여학생이지만 너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남학생이면 어떻게 할려고" "테니스코트 위에 재단사무실이 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 있으려고" "하긴.. 예인고등학교 곳곳에 보안카메라가 있으니 이상한 짓을 못하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잖아"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선서를 할 만큼 입학성적이 가장 좋았던 초희였지만 힘으로든 입으로든 여러 명을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초희를 바라봤다. ”괜찮아, 오늘은 너 혼자 집에 가야겠다” “그러면 내가 같이 가 줄테니가 같이 가자” “나 따라 갔다 애들한테 찍히면 어쩌려고. 이렇게 불러내는 거 보면 결국에는 상대해야 되니까 혼자 갈게” “혼자 맞는 것보다 둘이 맞는 게 덜 아프잖아” “하하하, 홍가영 싸움에 자신 있나 보네” “언니한테 어렸을 때부터 주구장창 맞아서 맷집은 좋아. 뭐든 혼자 보다는 둘이 났다고 하잖아. 너한테 일이 생기면 응급구조요청이라도 해야 될 거 아니야” “내가 싸움을 잘하지는 편은 아니지만 맞고 만은 있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집에 가” “진짜 그래도 돼?" "응, 진짜 괜찮아" "알았어. 그러면 집에 가서라도 꼭 문자해” “그럴게, 내일 봐” 하교를 위해 정문으로 향하는 아이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식당 뒤쪽에 있는 테니스코트로 걸어가는 초희는 저를 픽업하러 오는 원일 아저씨에게 조금 늦게 나갈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다. 테니스코트가 있는 작은 운동장은 예인고등학교 테니스동아리 전용운동장으로 학생식당 건물을 지나 왼쪽 코너를 돌면 나오는 낮은 언덕 길을 따라 올라가야 있는 곳에 있기에 일부러 찾아 오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기에 나여진이사장이 근무하는 예인재단 사무실도 그곳에 위치해 있었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테니스코트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고 그 안쪽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테니스코트를 시선에 두고 걸음을 옮기던 초희는 제게 말을 전했던 아이가 보이자 문이 열려 있는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은초희!” 저를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던 초희는 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아이를 마주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나한테 할말이 있다고 여기로 오라고 한 사람이 너야?” “맞아”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르는 데 나한테 무슨 할말이 있어?” “너 예인고등학교에 어떻게 들어 왔어?” “그게 무슨 말이야?” “예인재단 소속인 예인중학교는 PA그룹에 다니고 있는 임직원 자녀만 다닐 수 있는 곳이고 예인고등학교는 예인중학교에 상위 2프로만 입학할 수 있고 나머지는 전국 성적 상위 1퍼센트 안에 들어야 들어 올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데 네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우리 아빠는 PA그룹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성원재 소속이셔. 그리고 내가 예인고등학교 입학하게 된 건 네가 말한대로 전국 성적 상위 1퍼센트 안에 들어서 일거야” “하아! PA그룹 임직원도 아니고 겨우 성원재에서 종노릇하는 거지 새끼한테 내 자리를 빼앗겼다는 거야!” 아무 배경도 없는 하찮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빼앗겼다며 어이없어 하는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는 아이와 시선을 마주친 초희는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적이든 얼굴이든 나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그지 새끼 주제에 남의 자리를 뺏었으면 미안하다는 말은 해야지!” “나는 누구한테서 뭔가를 뺏은 적이 없는데 왜 자꾸 내가 뭔가를 뺏었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공부는 잘해서 예인에 들어왔는데, 종노릇 하는 아빠가 눈치 보는 걸 안 가르쳤나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네” 이름도 모르는 동급생에게 막말을 듣고 있던 초희에게 이번에는 막말을 하던 여학생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초희에게 한마디 했다. “입학식에서 네가 섰던 신입생 대표자리 그거 원래 진숙이 자리였어” “아..!” 자신이 왜 이 자리에 불려오게 되었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된 초희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는 진숙이라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입학식에 참석한 모든 학생과 부모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시작했을 내 고등학교생활이 고작 너 같은 애 때문에 들러리 학생으로 전락했는데 한다는 말이 고작 ‘아’가 다야!” “신입생 대표가 너였다는 말이야?”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았어?” “우리 할아버지랑 아빠가 PA그룹 임원이라서 알고 있었다 왜!” “그랬으면 할아버지랑 아빠한테 얘기해서 네가 다시 신입생대표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면 됐을텐데” “말 했는데도 네가 됐으니까 그렇지! 입학성적도 1위인 나를 밀어냈길래 얼마나 대단한 집안 딸인지 궁금해서 불렀더니 그지새끼일 줄은 상상도 못했네” 얘기를 하면서도 계속 짜증이 나는지 진숙의 목소리는 나무가 울창한 운동장에서 날카롭고 크게 울렸다. “나한테 하고 싶다는 말이 그거였어?” "그래!" "하고 싶은 말 다했으면 그만 가 봐도 되는거지?" 초희가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고 하자 진숙은 팔을 뻗어 초희 손목을 낚아챘다. “내가 가라고도 안했는데 어딜가!" "하고 싶은 말 다했다면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도 들어야 할 말을 못 들었잖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야” “꽃밭이었던 내 고등학교 입학첫날을 똥밭으로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사과를 해야지” 진숙은 손바닥으로 초희 어깨를 툭툭 밀치며 제게 사과할 것을 종용했다. “네가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 섰다는 건 입학성적이 너보다 내가 좋았다는 뜻이 아닐까!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그 자리에 선 건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돼?” “뭐라고?” “노력해서 그 자리에 선거니까 사과보다는 존중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네가 나보다 잘나서 그 자리에 섰다는 말이네” “너도 할말 다한 것 같고 나도 하고 싶은 말 다 했으니까 먼저 갈게” 돌아서는 초희 팔목을 확 잡어 당긴 진숙은 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초희를 던지 듯 밀쳤고 던져진 반동에 중심을 잃은 초희는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 뒤로 밀려났다. “할 말은 다했지만 할 일은 시작도 안 했어!” 진숙의 말에 초희를 둘러싸고 있던 세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초희는 가장 먼저 다가온 아이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고는 달라붙는 다른 아이 앞으로 밀쳐냈다.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잠시 주춤하던 아이들은 진숙이 합세 하자 동시에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싸움을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는 그저 어린 학생들이었기에 말 그대로 막 싸움이었지만 혼자 네 명을 상대하고 있는 초희 상태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 되기 직전이었다. “어떤 년들이 허락도 없이 여기서 지랄을 하고 있는 거야!” 운동장이 울리만큼 큰 목소리에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던 아이들은 동작을 멈추고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테니스 채를 손에 들고 걸어오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을 본 진숙과 친구들 표정이 굳어졌다. “누가 너희들한테 여기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했어?” “저.. 그냥 아무도 없어서 왔는데요” “일학년이지?” “네” “이 테니스장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걸 예인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어디서 이빨을 까! 그리고 학교에서 동급학생 집단폭행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여기 들어올 때 허락 받아야 하는 건 진짜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짧은 숏컷 머리를 한 여학생이 고개를 돌려 제 친구들에게 머리 짓을 하자 두 명의 학생들은 손에 들고 있던 테니스 채를 나머지 친구들에게 넘기고는 바닥에 누워 있는 초희를 일으켜 세웠다. “락커 룸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 해주고 있어” “알았어. 아직 일학년인데 살살해라 현주야” 초희를 데리고 친구들이 자리를 떠나자 현주는 진숙을 돌아봤다. “너 내가 누군지 알지?” “학생 회장님이요” “오늘 있었던 일 내가 직접 교장선생님한테 얘기할 테니까 집에 가면 부모님한테 꼭 말해라” 진숙은 현주의 팔을 붙잡으며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했다. “선배님, 이번만 못본 척 눈 감아주시면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을게요” “내 스타일 아니니까 그런 가잖은 표정 짓지마” “선배님..” 현주는 제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진숙의 팔을 쳐내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진숙의 목에 걸려있는 명찰을 떼어내었다. “엉기지 마라. 나는 너 같이 강약약강이면서 여우 짓 하는 애들 가장 싫어해" "거기 서있는 네 들도 명찰 빼서 가지고 와” 쭈볏 거리며 진숙의 눈치를 보던 아이들은 목에 걸고 있는 명찰을 빼 현주에게 건네 주었다. “딴 데로 새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라” 네 명의 명찰을 모두 수거해 락커 룸으로 들어간 현주는 친구들에게 치료 받고 있는 초희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신입생대표 은초희 맞지?” “네”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 않았을텐데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얘기를 하지 뭐 하러 와서 샌드백 신세가 됐어”
Free reading for new users
Scan code to download app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Writer
  • chap_listContents
  • likeADD